민주통합당이 추천한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 선출안이 어제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지난해 6월 28일 인사 청문회를 마친 지 7개월여 만이다. 수 차례 본회의 상정을 미루는 등 우여곡절 끝에 실시된 표결에서 찬성 115, 반대 129, 기권 8표의 결과가 나왔다. 18대 국회는 이번 임시회를 끝으로 사실상 파장이어서 지난해 7월 8일부터 이어져 온 헌법재판관 공백사태가 언제 해소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무엇보다 새누리당의 협량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새누리당은 청문회 당시 조 후보자의 천안함 발언 등과 관련해 그의 국가관을 문제 삼아왔다. 그러나 조 후보자는 민주당 측이 당 안팎의 의견을 모아 정당한 절차를 거쳐 추천한 인사다. 법 위반이나 도덕적 하자 등 중대 사유가 없는 한 야당의 결정을 존중해 선출에 협조하는 것이 관례요, 정치적 신의에도 맞다. 국회가 야당 몫 헌재 재판관을 선출하도록 규정한 것은 헌법재판소 구성의 다양성과 균형을 보장하기 위한 취지다. 새누리당은 이런 헌법적 정신을 저버린 셈이다.
새누리당 황우여 원내대표는 표결 전에 “민주당에 대한 예의라고 할까, 그 동안의 관행에 대해 재차 말씀 드린다”면서도 사실상 의원들의 자유투표에 맡기는 발언을 했다. 민주당 측 입장을 배려하는 듯하면서도 강경 보수진영을 의식해 명백히 선을 그은 것이다. 결국 딱지 붙이기와 색깔론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다. 당명을 바꾸고 구태와 결별하는 쇄신 작업을 요란히 펼치고 있지만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한 행태다.
민주통합당 김유정 대변인은 선출안 부결에 대해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새누리당 정권의 행태”라며 강력히 규탄했다. 그러나 대여 설득과 정치력 발휘에 한계를 드러낸 점에서 민주당도 책임이 크다. 이제 야당 몫 헌법재판관 후보 선출을 위한 절차는 처음부터 다시 밟아야 한다. 민주당은 여당만 비난할 게 아니라 자신들의 한계와 허점을 돌아보고 헌법재판관 장기 공백이라는 중대 사태를 하루라도 빨리 끝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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