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각종이 조용히 수행에만 전념하는 종단으로 알려져 있는데, 올해를 문화포교의 원년으로 삼고 사회와 적극 소통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8일 오후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대한불교 진각종 총인원에서 만난 통리원장 혜정(64) 정사(正師)는 “그 동안 우리 종단이 사회와의 소통이 다소 부족했다”고 고백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통리원장은 조계종과 태고종, 천태종과 함께 불교 4대 종단에 속하는 진각종의 행정 최고 책임자로, 다른 불교종단의 총무원장에 해당한다. 혜정 정사는 해인사에서 사미계와 구족계까지 받고 조계종 스님으로 있다가 진각종에 다시 입문했다.
진각종은 1947년 회당(悔堂) 손규상(孫珪祥ㆍ1902~1963) 대종사가 수행과 실천, 현세 정화를 내걸고 창시했다. 성직자는 모두 부부(남편은 정사, 부인은 전수)로 구성돼 있고, 이들이 전국 120곳 심인당(법당)에서 신도들을 지도하는 게 다른 불교 종단과 가장 다른 점이다. 성직자와 신도들은 매일 ‘옴 마니 반메 훔’을 염송해 자신의 몸이 본래 부처임을 깨닫는 수행을 한다. 심인당에는 불상도 없다. 불상을 우상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연전에 방영됐던 TV드라마 ‘태조 왕건’에서 궁예가 악행을 저지를 때마다 ‘옴 마니 반메 훔’을 외쳐, 이 말을 사이비 종교의 주술쯤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혜정 정사는 “이 육자진언(六字眞言)은 부처님과 보살, 중생들의 본심 진언(本心 眞言)으로, 이를 매일 염송하면 자신의 과거와 현재의 잘못을 깨달아 참회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혜정 정사가 올해를 ‘문화 포교의 원년’으로 선포하며 가장 야심차게 펼치는 사업은 집 없는 저소득층 홀아버지 가정을 돌보는 ‘진각 부자(父子)복지센터’ 건립이다. 홀아버지 가정을 위한 복지 시설은 불교계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혜정 정사는 “건강한 자녀 양육환경을 만들기 위해 올해 안에 서울 성동구 도선동 밀각심인당에 1,300㎡ 규모의 복지센터를 지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소외된 사람들을 돕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총인원 내에 외국인들을 위한 ‘진각문화국제체험관’(템플스테이 수련관)을 건립하고 학술 활동을 위한 ‘진각문화전승원’도 세울 계획이다.
또 스리랑카 네곰보에 유치원을 설립한 데 이어 올 봄에는 중학교를 세운다. 몇 년 뒤에는 고등학교와 대학교까지 개교하기로 했다. 혜정 정사는 그 공로로 최근 디 무 자야라타너 스리랑카 총리로부터 ‘명예 존자(尊者)’ 칭호를 받았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요즘은 종교가 세상의 근심거리가 됐다’고 하자 혜정 정사는 “성직자들이 수행을 똑바로 하지 못해 그렇다. 수행을 한시라도 게을리하면 돈이나 자리를 탐하게 마련”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돌아오는 길에, 혜정 정사가 신고 있던 잔설(殘雪) 묻은 낡은 검정고무신이 뇌리에 맴돌았다.
글ㆍ사진=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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