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급 '훈민정음 상주 해례본'(이하 상주본)을 훔친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로 구속 기소된 배모(49ㆍ경북 상주시 낙동면)씨가 9일 상주본을 은닉(본보 2011년 10월7일자 11면)하고 그 행방에 묵비권을 행사해오다 법원으로부터 징역 10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배씨는 "무죄와 상주본의 소유권을 보장하면 행방을 밝힐 용의가 있다"고 버티고 있다. 상주본의 행방이 미궁에 빠질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대구지법 상주지원 형사합의부(재판장 김기현)는 이날 "피고가 상주본을 낱장으로 분리한 채 은닉, 법 집행을 거부해 중요 문화유산을 잃을 우려가 크다"며 "이미 훼손됐을 가능성이 큰데다 보존전문가가 아닌 피고인이 상주본을 내놓을 가능성이 희박해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배씨는 집 수리 도중 상주본을 발견했다고 주장하지만 민사소송과 증언, 검찰이 제출한 증거 등을 종합하면 훔친 사실이 인정된다"며 "상주본은 국보 제70호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간송미술관 소장 '훈민정음 안동 해례본'보다 학술ㆍ문화적 가치가 높을 수 있고 금전적 가치는 산정할 수 없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검찰과 법원은 그동안 상주본을 되찾기 위해 119구조대까지 불러 배씨 집에 대한 압수수색과 2차례의 집행관 강제집행을 실시했으나 흔적을 찾지 못했다. 법원 관계자는 "배씨가 언론 보도 등으로 상주본의 국내 처분이 어려워지자 국외 밀반출을 꾀하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며 "상주본을 찾기 위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봤지만 이제는 배씨 입만 쳐다보는 형국이어서 상주본의 행방과 훼손 여부가 크게 우려된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5월 상주본을 둘러싸고 3년간 계속된 골동품업자 조모(66ㆍ경북 상주시 복룡동)씨와 배씨 간의 물품인도 청구소송에서 조씨 손을 들어줬으나 배씨는 자신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반환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배씨가 2008년 7월 조씨의 골동품가게에서 고서적 두 박스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상주본을 훔친 혐의로 기소하고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문화재청은 상주본의 가치가 '훈민정음 안동 해례본'보다 크다고 보고 배씨의 심경을 돌리기 위해 가족을 접촉하는 등 물밑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주= 김용태기자 kr88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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