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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경상수지도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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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경상수지도 '먹구름'

입력
2012.02.09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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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작년 무역수지(수출입 격차)가 31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는 최근 소식은 상당한 충격이었다. 전후 폐허더미가 된 일본을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끌어올린 수출 엔진이 식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일본 수출 시대의 종말이 왔다"(월스트리트저널)는 분석까지 나왔다.

이제 관심은 무역수지 만이 아니라 경상수지도 적자로 전환할지 여부에 쏠린다. 당분간 해외 투자에서 벌어들이는 막대한 소득수지가 무역수지 적자를 메워주겠지만, 이런 상태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1,000조엔, 우리 돈으로 1경5,000조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나라 빚을 감당하기 벅찬 상황에서 경상수지까지 적자로 전환된다면 나라 재정이 위험 수위로 치달을 게 분명하다.

9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투자은행(IB)인 JP모건은 일본의 경상수지가 3년 뒤인 2015년에 적자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세계경제 3% 성장 및 일본 1% 성장 ▦엔화가치 현 수준 지속 ▦교역조건 현 수준 악화 지속 등을 전제로 분석을 해보니, 무역수지 적자 폭이 해마다 확대되면서 2015년부터는 소득수지 흑자로도 감당이 어려운 상황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전제조건이 달려있긴 하지만, 당장 내년에 경상수지 적자 전환을 점치는 곳도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유가가 평균 158달러, 노무라증권은 166달러에 달할 경우 일본의 내년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 일본 경상수지를 둘러싼 환경은 상당히 암울하다. 엔고와 세계경기 침체로 수출 둔화가 불가피하고, 인구 고령화에 따른 저축 감소, 생산기지 해외이전 가속화 등에 따라 수입이 수출보다 더 빠른 속도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세계적인 저금리로 더 이상 소득수지 흑자폭 확대도 기대하기 어렵다. 가노 마사키 JP모건 재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세계경제가 연 4% 이상 성장하고 엔화가치가 매년 5% 이상 떨어진다면 무역수지 악화 추세가 진정되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평했다.

만약 JP모건 등의 전망처럼 불과 1~3년 뒤 일본의 경상수지가 적자 전환된다면 일본 경제에는 그야말로 재앙일 수밖에 없다. 삼성경제연구소 구본관 수석연구원은 "일본으로 돈이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해외로 빠져나가는 상황이 되면, 재정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필요 자금의 상당 부분을 해외 투자자에게서 조달해야 한다"며 "가뜩이나 취약한 일본 재정상태가 걷잡을 수없이 악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 국가 리스크 상승 →국채 금리 급등 →재정 악화 및 은행 손실 확대' 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물론 아직까진 일본의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좀 더 우세하다. 골드만삭스는 "경상수지가 악화하더라도 속도가 완만해 적어도 7~8년은 흑자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고, BNP파리바 역시 "2020년대 초반까지는 무역수지 적자를 소득수지 흑자가 상쇄하면서 경상수지 흑자가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구 수석연구원도 "3조달러가 넘는 대외순자산에서 벌어들이는 투자수익(소득수지)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경상수지가 적자로 전환하더라도 2020년 이후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그 시기가 언제가 됐든 경상수지 적자라는 큰 흐름은 거스를 수 없는 만큼, 그 때까지 일본 정부의 재정 건전화를 위한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이 짧게는 3년, 길어도 10년 정도밖에 남지 않은 셈이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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