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하메드 나시드(45) 대통령의 하야 선언 이후 몰디브가 혼돈에 빠져들고 있다. 나시드 대통령이 7일 하야를 발표한 것은 군부가 쿠데타로 자신을 몰아내려 했기 때문이라고 폭로했기 때문이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하야 하루 만인 8일 나시드가 이끈 시위대 등 최소 2,000여명이 수도 말레를 포함한 4개 섬에서 격렬한 시위를 했다. 이들은 통치권을 물려받은 모하메드 와히드 하산 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관공서에 불을 지르고 법원과 경찰서 등을 공격했다. 그러나 국제앰네스티는 "시위대가 평화적으로 시위를 했지만 경찰이 폭력대응을 하면서 시위가 과격해졌다"고 말했다. 시위에 참가한 나시드는 "다시 권력을 찾을 것"이라며 "쿠데타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나시드는 8일 뉴욕타임스에 '독재의 잔재'라는 기고를 싣고 "독재는 독재자가 떠나도 사라지지 않는다"며 "독재의 잔당이 이번 사태의 배후"라고 주장했다. 그는 "몰디브 당국은 쿠데타를 조장한 배후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하산 부통령도 그들을 도운 것으로 의심된다"고 덧붙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나시드를 인용, 시위로 30명 이상이 크게 다쳤다고 보도했다. 그가 속한 몰디브 민주당은 나시드가 시위 과정에서 경찰에 구타당했다고 주장했다.
시위대 해산 후 몰디브 정부는 나시드에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AFP통신은 신변의 위협을 느낀 나시드의 부인과 두 딸이 이날 스리랑카의 콜롬보로 떠났다고 전했다. 미국은 사태가 악화하자 11일 로버트 블레이크 남아시아 담당 차관보를 특사로 파견, 중재에 나서기로 했다.
민주 선거를 통해 30년 독재를 끝내고 2008년 11월 취임한 나시드는 경제개혁 방안인 환율 조정이 실패해 물가가 크게 오르자 지난해 4월부터 사임 요구를 받아왔다. 지난달에는 30년 장기 집권을 하던 전임 마우문 압둘 가욤 대통령 부패사건의 재판을 거부한 최고법원 판사를 체포하라고 군부에 명령했다가 도리어 가욤 지지자 주도의 반정부 시위를 초래했다. 나시드는 시위가 과격해지자 결국 7일 돌연 사임을 발표했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은 독재자였던 가욤 전 대통령의 추종 세력이 경제불안 등을 빌미로 나시드의 퇴진을 압박했다고 보도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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