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삼스런 일도 아니지만, 버스나 지하철에서 좀처럼 책을 볼 수 없다. 그 많던 무료신문도 사라졌다. 열에 일고여덟은 영락없이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는 통화하고, 문자 주고받고, 카카오톡 하고, 영화 보고, 게임하고, 인터넷을 검색한다. 남녀노소가 없다. 전자북이 조금씩 늘고 있다지만 아직 극소수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틈만 나면 어디서든 책을 펼친다는 일본의 지하철 풍경도 비슷해졌다. 스마트폰이 대화 단절은 물론 소중한 자투리 독서시간까지 잡아먹었다.
■ 하찮은 것 같지만 버스나 지하철에서의 독서만큼 알찬 것도 없다. 서울 직장인들의 평일 출퇴근 평균시간이 1시간35분(2010년)이니 마음만 먹으면 하루 1시간씩은 독서를 할 수 있다. 습관만 불이면 자동차 끌고 나올 생각도 싹 사라진다. 소설은 1주일이면 한 권, 인문사회과학 서적은 한 달에 두 권은 읽을 수 있다. 이런저런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억지로 시간을 내지 않고도 1년이면 20여 권의 독서가 가능하다. 국민 평균 독서시간과 독서량의 두 배 가까이 된다.
■ 지하철과 버스에서까지 공부를 하라는 것이 아니다. 대학시절 읽고 싶었지만 지나친 소설도, 마음먹고 읽자고 미뤄둔 고전도, 베스트셀러도 좋다. 하루 종일 트위터로 모르는 사람들을 향해 외마디를 지르고, 그들과의 공허한 대화에 정신 팔지 말고, 말없이 나를 이해하고, 외로움을 달래주고, 정신과 감정을 풍요롭게 해주는 책과 친하라는 것이다. <평생독서계획> 을 낸 클리프트 패디먼의 말처럼 책은 한 번 사귀면 평생 길동무가 되니 조급해하거나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평생독서계획>
■ 올해를 '독서의 해'로 정한 문화부가'하루 20분씩, 1년에 12권 책 읽기 운동'에 나섰다. 방송으로'지금은 책 읽는 시간입니다'라고 알려주겠단다. 독서인구가 5% 늘면 4,200억원의 경제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독서에까지 경제논리를 앞세우고, 독서시간까지 정해주는 것이 못마땅하고,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도 의문이지만 필요한 일이다. 아직도 국민의 3분의 1은 1년 내내 책 한 권 읽지 않는다. 노년의 긴 시간을 장미나 키우고, TV만 보며 보낼 수는 없지 않은가.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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