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ㆍ현직 프로배구 선수 5명이 구속되면서 프로배구 승부조작 파문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검찰은 최소 4경기에서 승부조작이 이뤄졌다고 밝혔지만 선수들이 어떤 방식으로 가담했는지 정확히 알려지진 않았다. 전문가들은 "프로배구는 승부조작이 어렵다.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냐"며 의아해하고 있다.
불법 스포츠베팅 사이트는 베팅 항목이 가지각색이라 일반인이 눈치 채지 못하게 승부조작을 연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 전문가들과 2010년 2월23일 KEPCO45와 현대캐피탈전을 복기해 봤다. 이 경기는 승부가 조작된 경기로 지목되고 있어 황승언 한국배구연맹 경기운영위원장과 박승수 심판위원장에게 9일 판독을 의뢰했다. 박승수 위원장은 해당 경기에서 심판감독관을 맡았던 인물. 두 위원장이 오랫동안 배구 경기를 봐왔고, '한 주간의 경기'를 종합해 매주 비디오 판독을 하는 전문가라 의심되는 장면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다.
불법 베팅 사이트는 첫 후위 공격, 첫 서브 리시브 범실, 첫 속공 등에 관한 베팅 항목이 있다는 것을 주지시킨 후 복기를 시작했다. 황 위원장은 "공격 성공률이 높지 않은 후위 공격에 승부조작이 있지 않았을까"라며 세심하게 모니터를 응시했다. 승부조작에 연루돼 구속된 정씨는 후위 공격을 빈번하게 때리는 레프트였다. 1세트 초반 서브 범실과 서브 에이스, 서브 미스 등이 하나도 없어 1-1, 2-2 팽팽하게 진행됐다. 황 위원장은 "스코어와 플레이가 정상적으로 가고 있다. 정씨와 조엘에게 공격이 편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1세트 중반까지 정씨의 플레이를 지켜보던 박 위원장은 "플레이가 정상적이다. 어려운 공도 잘 처리한다"며 "연출을 했다면 어색한 게 있어야 하는데 전혀 그런 점이 보이지 않는다"며 갸우뚱거렸다.
구속된 리베로 염씨와 세터 김씨의 플레이도 주목했다. "세터의 경우 토스에서 장난을 칠 수 있다. 토스를 낮게 해 공을 네트에 걸리게 한다던가 스피드를 조절해 공격수가 정확한 타이밍으로 스파이크를 때릴 수 없게 만들 수 있다"고 말한 황 위원장은 "토스워크도 어색한 게 없다"고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 이날 리베로 염씨의 리시브 성공률도 높았다. 25개를 시도해 19개를 성공했다. 세트당 4.8개의 리시브는 2011~12 시즌 리시브 부문 순위에 대입하면 4위에 해당되는 수치다.
'2, 3세트 초반에 일어나지 않았을까'하는 마음으로 두 위원장은 계속해서 화면을 응시했지만 문제되는 장면을 결국 찾지 못했다. '정씨가 서브 에이스 이후 다음 서브에서 꼭 범실을 한다'는 지적에 "서브 에이스를 한 개 하면 보통 다음 서브에서는 힘이 더 들어가기 때문에 범실 나올 확률이 높다"고 답했다.
1~4세트를 모두 확인한 두 위원장은 "도저히 모르겠다. 찾을 길이 없다"며 혀를 찼다. 그리곤 "아무래도 일반인이 생각할 수 없는 베팅 항목을 정한 거 아니냐. 객관적인 전력상 승패가 분명하고 관중수가 적은 경기에서 지능적으로 승부조작을 하지 않았겠느냐"라고 결론을 내렸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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