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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화장실 들락날락 과민성 방광, 그참지 못할 고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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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화장실 들락날락 과민성 방광, 그참지 못할 고역

입력
2012.02.09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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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사람은 깨어있을 때 보통 3, 4시간 간격으로 소변을 본다. 참기 어렵다고 느꼈을 때 화장실에 가서 시원하게 보는 소변 양은 대략 450cc다. 방광이 가득 차면 500ml짜리 우유팩이 좀 못 차는 정도가 된다는 얘기다. 또 자는 동안에는 소변이 마렵다고 느끼지 않는 게 정상이다. 수면 중엔 몸에서 항이뇨호르몬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 호르몬은 소변을 적게 만들라고 신장에 신호를 보내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소변을 너무 자주 보거나, 방광이 가득 차지 못하거나, 소변이 마려워 자다 깨는 사람들이 있다. 과거엔 병원에서 그저 신경성 증상이니 스트레스 줄이고 푹 쉬라는 얘기밖에 안 했지만, 요즘엔 진단이 나온다. 바로 '과민성 방광'이다.

원인 모르는 절박함

과민성 방광은 한마디로 방광이 너무 예민하다는 뜻이다. 국제요실금학회 기준에 따르면 소변을 하루에 8번 이상 보면 일반적으로 과민성 방광이라고 진단할 수 있다. 방광이 과민해지면 신장에서 만들어진 소변이 방광에 차는 동안 방광이 비정상적으로 자주 수축한다. 그만큼 소변이 저장되지 못하니 소변이 자주 마렵게 된다(빈뇨). 소변이 마려울 때 충분히 참기가 어렵거나(절박뇨) 자다가도 한두 번 이상 소변을 봐야 하는 것(야간 빈뇨)도 대표적인 과민성 방광 증상이다.

뇌졸중이나 치매 같은 뇌질환이나 척수손상 환자 중엔 과민성 방광 증상을 겪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신경계 이상으로 방광이 지나치게 예민해지는 이런 경우를 제외하면 많은 과민성 방광 환자들이 여러 가지 정밀검사를 해도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한다.

사실 건강한 사람도 나이가 들수록 방광 점막이 어느 정도 예민해지게 마련이다. 과민성 방광은 어떤 이유로 이런 현상이 더 빠르게 또는 심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술이나 카페인을 많이 먹거나 우울증 또는 불안, 주의력 결핍 등이 심하면 과민성 방광이 더 많이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과민성 방광은 주로 여성에게 나타난다고 생각됐다. 그러나 대한비뇨기과학회와 대한배뇨장애요실금학회는 지난해 6월 "전국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8세 이상 남성 10명 중 1명(10%)이 과민성 방광 증상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여성의 과민성 방광 유병률(14%)과 큰 차이가 없는 수치다.

점점 떨어지는 삶의 질

과거엔 과민성 방광을 대수롭지 않은 노화현상이나 단순한 노인성질환으로만 여기기도 했다. 하지만 과민성 방광은 심하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길 정도로 괴로운 증상이다. 집에 있을 때야 식구들뿐이니 괜찮다 쳐도 외출하면 다른 사람들 눈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목이 말라도 물이나 음료수를 삼가게 되고, 낯선 곳에 가면 화장실 위치부터 확인해야 한다. 이런 생활이 오래되다 보면 환자는 어느새 밖에 나가길 꺼리고 집안에만 숨어 지내게 된다.

성관계 때의 불편함도 많은 환자들이 호소한다. 성관계 전후에 소변을 꼭 봐야 한다든지, 성관계 중 소변을 흘린다든지 해서 아예 성관계 자체를 꺼리게 된다는 것이다. 과민성 방광 환자들이 우울증을 겪을 위험이 높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과민성 방광이 당뇨보다 삶의 질을 더 떨어뜨린다는 보고도 나와 있다.

문제는 많은 환자들이 치료를 받다 중단한다는 점이다. 고혈압이나 고지혈증 같은 만성질환에 비하면 치료 지속률이 2.5배 이상 낮다는 조사도 있다. 과민성 방광은 비교적 약물치료 효과가 좋다. 약을 먹기 시작하면 증상이 곧 나아지다 보니 완치된 거라 생각하고 임의로 약 복용을 끊는 것이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체계적인 치료를 받지 않으면 증상이 재발할 확률이 높다는 게 전문의들의 우려다. 실제로 대한배뇨장애요실금학회 조사 결과 약물치료에 어느 정도 성공한 뒤에도 재치료를 받은 국내 과민성 방광 환자는 10명 중 6명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목 마를 땐 생수

평소 소변을 자주 보거나 참기 힘들 때가 종종 있다 싶으면 음식부터 신경 쓰는 게 좋다. 특히 과일 섭취는 조심해야 한다. 전남대병원 비뇨기관 권동득 교수는 "과일에 들어 있는 칼륨 성분이 방광으로 들어가면 방광 벽을 자극하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라며 "수분 섭취가 필요할 땐 그냥 생수를 마시길 권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야간 빈뇨가 있는 사람은 오후 6시 이후엔 과일을 먹지 않는 게 좋다. 방광 벽을 자극하기는 카페인이 들어 있는 커피나 차, 알코올음료, 탄산음료 역시 마찬가지다.

3, 4시간 간격으로 소변을 보도록 스스로 조절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소변을 볼 때 좀 시간?걸리더라도 방광을 완전히 비우도록 하고, 갑자기 소변을 참기 어려울 땐 앉는 자세를 바꾸거나 골반 쪽 근육을 수축시켜 참은 뒤 절박한 느낌이 없어지면 천천히 화장실에 간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 증상 비슷한듯해도… 과민성 방광, 방광염·요실금과는 다른 질병

방광염 환자가 늘었다는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 발표 이후 방광질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2006년 120만 명이던 방광염 환자는 지난해 143만 명으로 연평균 4.5% 증가했다. 방광염 증상도 과민성 방광과 비슷하다. 하지만 엄연히 다른 병이다.

방광염은 말 그대로 방광에 염증이 생긴 상태다. 소변을 봐도 개운치 않고 과민성 방광과 달리 아랫배가 불쾌하거나 통증이 느껴지기도 한다. 방광염과 과민성 방광은 소변검사로 쉽게 구별된다. 방광염이면 대부분 염증의 원인인 세균이 나오지만, 과민성 방광에선 검출되지 않는다.

요실금과도 헷갈린다. 요실금은 자신도 모르게, 의지와 상관 없이 소변이 나오는 병이다. 과민성 방광이면 다리를 꼬거나 자세를 바꾸는 등 골반 근육을 수축해 어느 정도는 소변을 참을 수 있지만, 요실금은 방광이 스스로 소변을 짜내 버리기 때문에 환자가 임의로 멈추질 못한다. 과민성 방광이나 방광염이 심해지면 요실금 증상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다만 출산 때문에 배에 압력이 올라가면서 요도 괄약근에 문제가 생겨 일시적으로 요실금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엔 수술하면 해결된다.

중년 남성들은 과민성 방광을 전립선비대증이라고 착각하는 경우도 생긴다. 전립선비대증도 소변 보는데 문제가 생기긴 하지만, 양상이 다르다. 전립선비대증은 소변이 나오다 끊기거나 아예 잘 나오지 않는다. 소변을 보는 것 자체가 힘들다는 소리다. 소변이 너무 자주 마렵거나 참기 힘든 과민성 방광과 증상이 반대인 셈이다. 한국화이자제약에 따르면 중년 이후 남성이 전립선비대증을 앓고 있으면 50% 이상에서 과민성 방광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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