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추운 날엔 실내에서 놀던 아이가 갑자기 코피를 흘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넘어지거나 다치지도 않았는데 아이 코에서 피가 나면 아이도 부모도 당황하게 마련이다. 이럴 때 가장 먼저 살펴야 할 것은 집안 습도다.
코 속은 원래 습도가 50% 정도로 촉촉하게 유지돼야 한다. 그런데 겨울철은 바깥 기온은 낮고 실내는 환기가 잘 되지 않는 상태에서 난방을 하기 때문에 실내 공기가 건조해져 코 속이 마른다. 그러면 가벼운 자극에도 점막이 쉽게 벗겨져 점막 아래쪽에 있는 혈관이 노출된다. 이런 혈관이 터지면서 코피가 나는 것이다.
아이는 어른보다 체내에 수분이 적어 코 역시 더 쉽게 마른다. 건조한 곳에 오래 있으면 어른보다 코가 더 가렵고 딱지도 더 잘 생긴다. 이럴 때 코를 계속 파거나 비비거나 억지로 딱지를 떼어내면 점막이 손상되면서 혈관이 터져 코피가 난다. 아이들 코피는 코의 앞 중심 쪽 벽 부근에서 나는 경우가 많다. 혈관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흔히 '키젤바흐 부위'라고 불리는 이곳은 아이들이 손가락으로 후비면서 자극하기 쉬운 위치다.
연세의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김경수 교수는 "1년에 한두 번 정도 나는 코피는 별다른 치료가 필요 없지만, 코피가 자주 반복되거나 15분 안에 지혈되지 않는다면 병원에서 원인을 찾아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아이가 코피가 자주 나지 않게 하려면 과로나 긴장을 피하고, 재채기를 할 때는 입을 벌리게 한다. 비염 같은 코 질환이 있으면 콧속을 생리식염수로 자주 씻어준다.
일단 코피가 나면 새끼손가락 크기로 솜을 뭉쳐 콧속에 넣고 입으로 숨을 쉬면서 손가락으로 양쪽 콧방울을 5~15분 정도 눌러준다. 하나이비인후과병원 코전문클리닉 이용배 원장은 "코피는 콧속 점막에 분포하는 혈관에서 나오기 때문에 콧등을 눌러주는 건 소용이 없다"며 "얼음주머니나 찬 수건을 콧잔등과 뺨에 대주면 콧속 점막의 모세혈관이 수축돼 코피가 빨리 멈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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