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1호 숭례문이 불에 탄 지 오늘(10일)로 꼭 4년이 됐다. 2008년 2월 10일 밤 10시 50분, 어처구니 없는 방화로 2층 문루 90%가 타버렸고 1층 문루도 10%가 훼손됐다.
숭례문 복구 공사는 현재 좌우 성곽 복원과 2층 문루 조립이 한창이다. 화재 직후 현장 수습과 발굴 조사, 고증과 설계 등 준비를 거쳐 2010년 시작한 공사가 전체 공정의 75%까지 와 있다. 불에 타버린 문루를 다시 짜는 목공사는 지난해 말 1층 문루 조립을 마친 데 이어 2층 문루도 5월 중 완성될 예정이다. 성곽은 일제에 의해 훼손되기 전 모습을 살려 동쪽으로 63m 서쪽으로 16m를 쌓는데, 동쪽 성곽은 거의 마무리되어 여장(성곽 위에 낮게 쌓는 담)만 올리면 된다. 집의 골격을 세우는 목공사가 끝나감에 따라 3월에 상량식을 한다.
5월에 목공사를 마치면 단청을 입히고 지붕에 기와를 올린다. 단청으로 화장하고 기와로 갓을 쓴 번듯한 모습의 숭례문을 10월이면 볼 수 있을 전망이다. 문루를 가린 덧집을 이때 걷어낸다. 올 연말까지 화재감지기와 스프링클러 등 방재 설비를 갖추고 주변을 정리하는 것으로 화재 후 5년 간의 복구 공사가 모두 끝난다.
전통기법과 도구를 쓴다는 숭례문 복구 원칙에 따라 단청은 돌이나 흙 등에서 얻은 천연안료를 쓴다. 기와도 프레스로 찍어내는 요즘 기와가 아니라 손으로 만들고 흙가마에서 구운 전통기와를 쓴다.
숭례문 단청을 총지휘하는 단청장 홍창원(57)씨는 "밝고 화려한 화학안료에 비해 천연안료는 색이 곱고 은은해 눈에 편안한 느낌을 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러 번 칠해야 하고 가격도 훨씬 비싸서 1970년대부터는 화학안료를 써왔다.
이번 단청은 조선 초기 양식으로 한다. 숭례문은 19세기 말 이후 다섯 차례 단청을 새로 하면서 양식이 계속 바뀌었다. 홍씨는 "화재 전보다 붉은 색이 줄어들고 천연안료로 녹색과 청색을 많이 써서 차분하고 단아한 모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복구 공사에 쓸 천연안료 중 석간주(돌가루 밤색)와 호분(조갯가루 흰색)은 국내산을 쓰고 녹색, 청색, 주홍색 안료는 국내산 품질이 떨어져 일본에서 수입한다. 옛날 우리 조상들도 중국과 일본에서 안료를 수입해 쓴 기록이 있다.
천연안료가 공해에 약하다는 지적에 대해 홍씨는 "다 그런 것은 아니고 색상별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주홍색은 매연에 변색되기 쉽지만, 숭례문 단청에 쓰일 주홍색은 전체의 1%가 안 돼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지붕에 기와 올리는 일은 번와장 이근복(62)씨가 책임지고 있다. 그는 화재 전 숭례문의 마지막 공사로 1997년 기와를 보수했다. 화재가 나던 날 밤, 그는 내 집이 타는 듯한 안타까운 마음에 날이 훤히 밝을 때까지 현장에서 지켜보면서 발을 동동 굴렀다고 한다.
숭례문 기와는 화재 당시 90%가 못쓰게 돼 전남 장흥과 충남 부여의 전통가마에서 새로 만들고 있다. 제와장 한형준(85)옹이 지휘해 복구에 필요한 기와 2만2,500여 장 중 절반 정도를 구워놨다. 나머지도 3월 말까지 다 만들 예정이다.
번와장 이씨는 기와를 더 튼튼하게 올리기 위해 새 공정을 추가한다고 했다. "기와는 제대로 이으면 수십 년 가는데, 잘못 이으면 얼마 못 가 지붕 선이 내려 앉아요. 이걸 집이 잠을 잔다고 하지요. 이번 공사는 기와 밑에 생석회 섞은 진새우(진흙)를 바르는 공정을 추가해 더 완벽하게 하려고 합니다. 생석회가 들어가면 기와를 얹은 흙이 말라서 아래로 빠지면서 기와가 흐트러지는 것을 막을 수 있거든요."
기왓장 밑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여러 층이 있다. 서까래 위에 개판(소나무 판재)을 깔고, 서까래가 움직이지 않게 나뭇조각으로 적심을 채운 다음 보토(흙)를 올리고 기와를 잇는다. 여기에 들어가는 기와와 나무와 흙 무게가 대단하기 때문에 하중을 잘 조절해야 한다. 이씨는 "지붕에 쌀가마를 포개 놓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문화재청은 10일 숭례문 복구 현장을 일반에 공개하고 그간의 공사 과정과 남은 일정을 설명한다. 분야별 장인들이 기와 제작, 단청 작업, 못 등 전통 철물 제작을 보여주는 시연도 할 예정이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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