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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의금 대신 기부, 뷔페 대신 다과 '착한 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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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의금 대신 기부, 뷔페 대신 다과 '착한 결혼식'

입력
2012.02.09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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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만 원의 스튜디오 사진 촬영도, 가게 당 3만~5만원의 피팅비를 내며 드레스를 입어보러 다니는 ‘청담동 드레스샵 투어’도, 떠들썩한 예물 교환과 폐백, 신혼여행도 쏙 뺐다.

오는 18일 서울시청 별관 후생관 ‘소담’에서 치러지는 김정찬(35), 김은지(31ㆍ여)씨의 ‘착한 결혼식’에는 허례가 없다. 대신 ‘신부 어머님의 편지 낭독’, ‘신랑 이모님의 오카리나 연주’, ‘신부 여동생의 노래’ 등 알 듯 모를 듯한 순서만 있다. 먹는 음식보다 버리는 음식이 더 많은 뷔페 대신 샌드위치, 차 등의 다과상이 준비됐다.

결혼식장 복도에는 축의금 내는 탁자 대신 아름다운재단, 환경운동연합, 열매나눔재단 등 시민단체의 부스가 놓인다. 하객들이 결혼을 축하하는 마음을 기부로 표현해달라는 뜻이다.

“결혼식장을 무료로 이용하는 등 결혼 비용을 기존의 30% 수준인 하객 1명당 3만 원 정도로 줄였기 때문에 하객들에게 비싼 축의금을 강요할 이유가 없죠. 그 대신 하객들의 축하하는 마음이 저희보다 도움이 필요한 곳에 돌아가도록 격려하는 잔치를 열고 싶었습니다.”

웨딩 플래너인 신부 김씨는 “틀에 박히고 거품 낀 ‘패키지 웨딩’을 기획하다 보니 오히려 결혼에 대한 환상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웨딩 관련 업체들끼리 결탁해 만들어 놓은 비싼 결혼 절차에 꼭 필요하지 않은 항목들이 너무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종로구 부암동에 사는 신랑 김씨가 지난해 말 부암동, 통인동, 효자동 등 경복궁 서쪽 동네 서촌에서 “착한 동네일을 기획하겠다”는 회사 ‘마을 공동체 품애’에 합류하면서 신부 김씨의 꿈은 현실이 됐다. 2009년 서촌 일대 공방들 모임으로 출발해 올해 3월 말 예비 사회적 기업이 되는 ‘마을 공동체 품애’가 지난해 말부터 진행해 오고 있는 ‘착한 잔치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 ‘착한 결혼식’을 꾸리게 된 것이다.

이들은 앞으로 자신들의 결혼 노하우를 다른 예비 부부들에게도 전파할 계획이다. 신부 김씨 역시 ‘마을 공동체 품애’로 소속을 옮겨 ‘착한 결혼’ 기획 사업을 하게 된다. 드레스를 기부 받아 신부에게 빌려주고, 신혼여행을 공정여행으로 제안하는 등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하다. 서촌에 있는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연대 범위도 늘려갈 예정. 김씨 부부는 “예비 부부들은 자신들이 아낀 결혼 비용을 어떻게 나눌 지만 고민해 오면 된다”고 전했다.

18일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가족예식이 진행된 뒤 오후 7시까지 이어지는 기부예식에는 누구라도 참여해 다과를 나누고 이 착한 부부를 만날 수 있다. 이들은 “진심 어린 축복이 그 어떤 치레보다 아름답지 않느냐”며 “새로운 결혼을 꿈꾸는 혼인 적령기 청년들 모두를 초대한다”고 밝혔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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