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 자리에 이렇게 많은 기자들이 올 줄 몰랐습니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9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기준금리 동결 외에 다른 선택이 없었고, 시장에서도 그 결과에 대해 별로 궁금해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미의 얘기였다.
실제 이날 기준금리 동결(3.25%)은 금통위원 전원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이로써 작년 7월 이후 지속된 금리 동결 행진은 8개월째로 늘어났다. 앞으로도 상당기간 기준금리에 변화를 주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물론 유로지역 불안 지속, 국내 경기 둔화 조짐 등을 감안할 때 금리 인하 필요성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4%대 고공행진을 지속하던 소비자물가도 3%대(1월 3.4%)로 떨어지고 이날 발표된 생산자물가도 5개월 연속 둔화하는 등 적어도 지표상으론 다소 안정을 되찾아가는 모습이다.
하지만 김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국제유가가 올라갈 위험이 있는데다 국내 공공요금이 인상될 수 있어 물가에 대한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도 아직 상당히 높다”고 언급했다. 금리 인하 가능성을 일축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내외 전문가들도 ‘장기 금리 동결’을 전망하는 분위기다. 당초 올해 한은이 기준금리를 두 차례에 걸쳐 0.5%포인트 내릴 것으로 전망했던 골드만삭스는 연말까지 금리 동결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을 수정했다. 공동락 토러스증권 채권애널리스트도 “대외 불확실성, 물가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할 때 현재로선 동결 이외의 대안을 생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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