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교도소에 수감 중인 김경준(46) 전 BBK투자자문 대표가 자신이 외부로 발송하는 편지가 통제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씨는 지난달 이런 내용이 담긴 옥중편지를 변호사를 통해 미국 연방 캘리포니아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8일 확인됐다.
김씨는 편지에서 "변호사 앞으로 보내는 편지와 크레딧스위스은행에 보낸 편지들이 한 달 이상 지난 뒤 아무런 이유 없이 반송됐다"며 "문제의 편지들이 한국을 떠났는지조차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이곳의 우편 서비스가 얼마나 신뢰할 수 없는지를 보여주는 증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씨 측 에릭 호니그 변호사는 "천안교도소가 김씨의 편지를 언제 크레딧스위스은행으로 보냈는지, 실제로 보낸 것인지는 아직까지 알지 못한다"며 교도소 당국이 편지를 통제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씨의 주장은 미 법원의 크레딧스위스은행 계좌 내역 제출 명령이 6개월이 넘도록 이행되지 않는 것에 대한 해명으로 풀이된다. 그렇지만 편지 통제 의혹 제기는 그가 최근 BBK 관련 사건에서 공세적 입장을 취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김씨는 자신의 2007년 11월 '기획입국설'의 근거로 제시된 '가짜 편지' 관련자인 재미 치과의사 신명(51)씨와 형 신경화(54ㆍ수감중)씨를 고소했으며 검찰에서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다.
김씨는 미국에서 진행된 옵셔널캐피털과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해 371억원의 배상 책임을 졌지만 아직까지 집행하지 않고 있다. 김씨가 패소 직전인 지난해 2월 자신이 대표로 있는 알렉산드리아인베스트멘트의 크레딧스위스은행 계좌에서 140억원을 ㈜다스로 송금한 사실이 밝혀진 것도 변수다. 미 법원은 해당 은행계좌에 자금이 더 있을 수 있다는 옵셔널벤처스의 주장을 받아들여 김씨에게 계좌 내역을 제출토록 명령했다. 김씨의 스위스 계좌가 파악되면 다스로 유입된 140억원의 송금 의혹 등 BBK 관련 사건에 새로운 사실이 공개될 수 있어 추후 파장이 예상된다.
한편 김씨 기획입국설의 근거가 됐던 가짜 편지의 실제 작성자로 알려진 신명씨가 3월 귀국해 검찰 조사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신씨는 최근 "총선 전에 귀국해 조사를 받겠다"는 뜻을 알려왔다. 검찰은 신씨가 3월말쯤 귀국할 것으로 보고, 그를 피고소인 신분으로 불러 편지 작성 경위와 배후를 조사할 방침이다.
뉴욕=신용일 미주한국일보기자 yishi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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