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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운동 장준하 선생 아들 장호권 유족회장 "젊은이들 선열에 무관심…정신적 구심점 부재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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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운동 장준하 선생 아들 장호권 유족회장 "젊은이들 선열에 무관심…정신적 구심점 부재탓"

입력
2012.02.08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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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일은 없다고 보지만, 우리가 또 한번 남의 식민지가 된다면 그 때처럼 독립운동가들이 나올 수 있을까요?"

스스로 질문을 던진 장호권(62) 독립유공자협의회 유족회장은 "그럴 것 같지 않다"고 했다. 그는 독립운동가이자 월간종합교양지 <사상계> 발간을 통해 독재에 항거한 장준하 선생의 장남이다. 장 회장은 8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요즘 젊은이들은 좋고 싫음에 대해선 입장이 분명하지만 옳고 그름에 대한 생각은 희박하다"고 했다. 이런 젊은이들에게 이타적인 삶을 산 선열들의 기상을 기대하는 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서울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는 2ㆍ8독립선언 93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2ㆍ8독립선언은 1919년 2월 8일 일본 도쿄 한복판에서 재일 유학생 600여명이 조국의 독립을 세계 만방에 선포한 사건. 미국 윌슨 대통령의 민족자결주의에 영향을 받아 이뤄진 이날 독립선언은 이후 3ㆍ1운동과 중국의 5ㆍ4운동 등 항일 독립운동의 기폭제가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ㆍ8독립선언만 해도 그렇습니다. 독립운동 유관단체 관계자들이나 의미를 되짚지 누가 관심이나 갖고 있습니까." 장 회장의 목소리는 점점 고조됐다.

실제로 행사장엔 방학임에도 불구하고 노인들이 대부분이었고 젊은 학생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무슨 일이든 시간이 흐르면 희미해진다는 이치를 그도 알 터. 그는"잘못된 역사 교육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고 진단했다. 젊은층에 대한 쓴소리가 이어졌다. "각자의 삶에 대해 격렬해지긴 했지만 열정은 부족해요. 작은 이해관계라도 하나 없으면 요즘 젊은이들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아요. 외부 강의 때 질문을 하나 던졌죠.'배 안고픈 2등 국민이 되고 싶냐, 아니면 배는 좀 고프더라고 자존심 있는 1등 국민으로 사는 게 좋으냐'고요. 그랬더니 절반 이상의 학생이 '잘 모르겠다, 좀 더 생각을 해봐야겠다'고 했어요."

이 기준대로라면 주권 잃은 민족의 한을 품고 갖은 차별을 받으면서도 나라의 내일을 기약하며 몸을 던진 2ㆍ8독립선언 선열들이 이들의 기억 속에 없는 건 당연할 수도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하지만 그는 "이 모든 책임은 기성세대들에게 있다"고 했다.

서울대 아시아센터 국제자문위원을 맡고 있기도 한 그는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철저한 과거사 재조명을 주문했다. 해방 후 과거사청산을 제대로 못했고, 반민족자들이 외세의 비호 아래 정치, 경제, 사법 등 각계에서 기득권을 잡은 탓에 제대로 된 역사교육이 없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우리나라에 전쟁 나면 캐나다로 가면 된다고 한 청년과의 대화를 소개하며 "선열들의 정신을 제대로 잇지 못하고 오직 생존경쟁에만 몰입한다면 다른 나라로 이탈하려는 젊은이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가 제시하는 또 다른 대안은 선열들에 대한 보다 깍듯한 예우다. "여러 민족이 모인 미국이 세계 최강국의 자리를 이어가고 있는 이유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어요. 정신적 구심점이 필요한데 우리에겐 과거 나라를 되찾아 낸 선열들이 남긴 족적과 정신이 그 중심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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