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일본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기성 정치인을 중심으로 정치학원 설립 붐이 일고 있다. 자신을 지지하는 정치 신인을 양성, 선거에서 정치 세력화하겠다는 의도다. 정치인을 꿈꾸는 젊은이들의 관심도 잇따른다.
8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정치학원에 가장 적극적인 인물은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大阪) 시장. 다음달 유신정치숙을 여는 그는 "메이지(明治) 유신 이후 지속된 국가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며 이를 통해 새 인물을 대거 정치권에 영입할 계획이다. 자신이 이끄는 정당인 오사카유신회의 이름을 딴 유신정치숙은 25세 이상을 대상으로 모집에 들어갔다. 연간 수업료가 12만엔이나 되지만 이미 700명 이상이 지원했다. 이 중에는 전직 국회의원과 공무원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시모토 시장은 자신이 추진중인 오사카도 승격을 위해 유신정치숙 출신 인물을 차기 중의원 후보로 내세우겠다는 포부다.
오무라 히데아키(大村秀章) 아이치(愛知)현 지사는 지난달 말 중의원 선거에서 독자 후보를 내기 위해 도카이(東海)대지숙이라는 정치학원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학원이 문을 열면 하시모토 시장의 유신정치숙과 연계해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키워나간다는 복안이다. 가와무라 다카시 나고야 시장과 고가 마코토(古賀誠) 자민당 전 간사장도 올 봄 정치학원 설립을 추진중이다.
정치학원 설립이 느는 것은 일본 최초의 정치학원인 마쓰시타(松下)정경숙 출신 정치인의 비약적인 성공에 자극적인 영향이 크다. 1979년 설립된 마쓰시타 정경숙 졸업생 248명 중 현직의원만 38명에 달한다. 특히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가 1기 졸업생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돈과 배경이 없더라고 유능한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정치학원의 필요성이 높아진 것이다.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민주당 전 간사장은 정치학원의 효용성을 일찌감치 간파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2001년 자신의 이름을 딴 오자와이치로정치숙을 창설, 273명의 문하생을 배출했고 10명이 현직 의원으로 있다.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재판을 받는 등 궁지에 몰리면서도 여전히 정치권의 거물로 행세하는 것은 이런 든든한 후원자들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정설이다.
기타가와 마사야스(北川正恭) 전 미에(三重)현 지사는 "정치학원은 젊은이들에게 정계의 문호를 개방하는 역할이 크다"면서도 "인재를 제대로 가리지 못하면 정치판을 더 혼탁하게 할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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