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2일 신용부문(금융지주사)과 경제부문(경제지주사)으로 나뉘어 새출발하는 농협이 정부의 '현물 출자' 지원 없이 출범을 맞을 전망이다. 난항을 겪고 있는 출자 대상 주식이 결정돼도 국회 동의를 거쳐야 해 현실적으로 이달 안에 출자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정부는 '선(先) 출범, 후(後) 출자' 방침을 정했지만 농협 측은 "현물출자 없이는 초기 금융사업을 제대로 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8일 "현물출자 대상으로 거론되는 산업은행 주식을 농협에 출자하면 민간에 매각하는 셈이어서 국유재산법에 따라 국회 동의를 거쳐야 하지만 산은 주식 출자 여부 결정이 지연되는데다 결정이 되더라도 3월 1일까지 국회 동의를 받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출범일 전까지 어떤 현물을 출자할 지 결정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실제 출자는 출범 후 단서 조항을 달아 현물출자 품목과 시한을 정하면 문제가 없다는 것. 사실상 '선 출범, 후 출자' 방침인 셈이다.
현재 정부와 농협중앙회 간 물밑 협상에서 유력한 출자대상 후보는 산은과 기업은행 주식이다. 농협 측은 상장(기은) 또는 상장예정(산은)인 두 주식을 현금화하기 쉽다는 점에서 선호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도로공사 등 다른 공기업 비상장 주식도 함께 검토 중이다. 산은과 기은 주식 매각수입이 올 예산에 반영돼 있어 대규모 출자시 정부수입 감소가 불가피한데다, 금융지주회사가 다른 금융회사 지분을 5% 이상을 갖지 못한다는 금융지주회사법 규정에 따라 산은, 기은 주식 5%씩 만으로는 출자규모가 1조원 가량에 그치는 한계도 있다.
당장 '실탄' 없이 출범하게 된 농협은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현물 출자가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BIS(국제결제은행) 비율이 떨어져 농협금융지주가 시중 은행과의 경쟁에서 뒤쳐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