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정책쇄신분과위원장인 김종인 비대위원이 8일 회의를 주재하지 않겠다는 거부 의사를 밝혔다가 다른 위원들의 만류로 주장을 철회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김 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분과 회의가 시작하자마자 "우리 당의 속성이 그런 건지 모르겠는데 조금만 기업 쪽에 제재가 갈 거 같으면 금방 경제가 무너질 것처럼... 이래선 아무것도 못한다"며 "아무 변화를 못하면 총선 결과도 뻔할 것"이라고 작심한 듯 불만을 쏟아냈다.
김 위원은 "공천심사 과정이라 정책 쇄신에 별로 관심이 없고, 정책쇄신이 뭐냐는 인식도 없다" "옛날 같은 사고로는 정책쇄신을 할 수 없다"고 당분간 회의를 주재하지 않겠다고 언성을 높인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회의장 밖에서 기자들을 만나 "새 정책을 내놓을 분위기가 아니다"고 거듭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비대위원직 사퇴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비대위 회의에는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김 위원의 돌출 행동은 자신이 주장해온 재벌 개혁 등의 정책 쇄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데 대한 불만 표출이란 해석이다. 그는 이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은행권이 제외된 점과 유통 재벌의 골목 상권 침해 부분이 제대로 논의되지 않고 있는 점 등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같은 표면적인 이유 외에 일각에서는 당내 주도권이 공천위원회로 넘어가면서 상대적으로 비대위의 역할이 축소된 데 따른 불만도 들어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공천 과정에서도 적잖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당 안팎의 잇따른 비판에 따라 입지가 줄어들자 이 같은 방식으로 박근혜 비대위원장에게 섭섭함을 표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분과 회의가 끝난 뒤 위원들의 설득으로 김 위원은 곧바로 입장을 철회했다.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정책 문제를 더 다룰 필요가 있다는 뜻을 전달해 김 위원이 회의에 그대로 참석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여기엔 비대위의 좌장 격인 김 위원이 중간에 이탈하는 모양새가 비쳐져서는 좋을 게 없다는 새누리당 지도부의 판단이 들어있는 듯 하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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