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국회의원 출신 여야 공천위원 대부분이 법률안 대표 발의 건수에 있어 전체 의원 평균을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천 칼자루를 쥔 공천위원들이 자신들이 심사해 낙천시킬 수도 있는 동료 의원들보다 의정 활동 성적이 저조한 것이다.
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여야 내부 공천위원 10명(새누리당 3명, 민주통합당 7명) 중 의원 평균 법률안 대표 발의 건수(40.5건)에 못 미치는 위원은 7명에 달했다. 수정안을 포함해 본회의에서 가결된 법률안이 평균(5.2건)보다 낮은 위원도 7명이었다. 의원 2명은 자신이 대표 발의한 법률안의 단 한 건도 본회의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새누리당 공천위원 3명은 모두 평균 미만이었다. 권영세 사무총장은 공천위원 중 가장 적은 16건을 대표 발의했지만 본회의 가결 법안은 전무했다. 국회 상임위원장을 지낸 점을 감안하더라도 정보위원장으로 선출된 2010년 8월 이전 2년 동안 대표 발의한 법안도 10건이었다. 현기환 의원은 28건을 대표 발의해 이중 선박관리산업발전법 등 2건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이애주 의원도 35건을 발의해 2건이 최종 가결됐다.
민주통합당 공천위원 7명 중에서도 우윤근 노영민 최영희 의원을 제외하곤 모두 평균 아래였다. 전병헌 의원이 32건을 대표 발의해 전기통신사업법 등 1건만 본회의 통과된 것을 비롯 박기춘 의원 34건 백원우 의원 36건 조정식 의원이 37건을 대표 발의했다. 평균을 웃돈 우윤근 노영민 의원은 본회의에서 각각 7건을 가결시켰지만 상대적으로 법안 통과에 유리한 원내수석부대표를 지낸 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최영희 의원은 가장 많은 58건을 발의했지만 본회의를 통과한 법률안은 한 건도 없었다.
전략 지역 공천 배제 등 '수모'를 겪고 있는 일부 비례대표나 불출마를 밝힌 의원이 이들 공천위원보다 의정 성적표가 우수한 점도 눈길을 끈다. 이날 새누리당 비대위의 결정으로 강남을 출마 의사를 접은 원희목 의원의 법률안 대표 발의 건수(50건)는 당 공천위원 3명보다 많았다. 불출마 선언을 한 장제원 의원도 57건을 대표 발의했다.
물론 법률안 제출이 의정 활동의 전부는 아니다. 그렇다고 해도 공천위원 상당수가 평균 이하 점수를 받은 점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누리당 공천위원들은 친박계나 친박 성향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됐고, 민주통합당은 수도권 출신이 많아 다른 지역 의원들의 반발을 샀다. 장제원 의원은 "누가 누구를 심사하겠다는 건지 의문"이라며 "정치적 고려에만 방점을 찍다 보니 의정 활동 평가는 뒷전이었던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정희 한국외대 교수는 "공정한 공천을 위해선 의원들의 기본 덕목인 의정 활동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공천 위원을 발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