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새누리당 전 대표는 8일 "4ㆍ11 총선 공천 신청을 하지 않고 총선 불출마를 포함해 저의 거취와 관련한 결정을 당에 모두 맡기겠다"고 말했다.
홍 전 대표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 같이 밝힌 뒤 "당이 어렵기 때문에 당 대표를 지낸 사람으로서 어떻게 처신하는 게 옳으냐 고민하다가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현정부 핵심 실세 용퇴론'의 표적이 돼 온 그는 "당 지도부가 2008년처럼 사감에 의한 공천, 당을 분열시키는 공천은 안 했으면 한다"며 "만약 이번에도 같은 일이 일어난다면 총선은 물론 대선도 기약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그러면서 "내가 (대표직서) 물러난 뒤 친이ㆍ친박 갈등이 더 첨예해지고 있어 안타깝다"며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좀 더 관용과 포용력을 발휘하는 큰 정치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그는 이어 "두 분의 당외 인사가 무절제한 발언을 하고 상처를 주는 것은 옳지 않다"며 '비토론'을 제기한 이상돈, 김종인 비대위원을 겨냥한 뒤 "중진쯤 되면 당과 나라를 위해 스스로 선택해 할 시점"이라며 중진 의원들의 동반 사퇴를 촉구해 눈길을 끌었다.
이와 관련 당내 일각에선 홍 전 대표 특유의 승부수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관계자는 "불출마를 압박하는 세력에게 오히려 출마 여부에 대한 공을 넘긴 것"이라면서 "결과적으로 당 지도부가 공천을 안주면 정치 보복 소리를 들을 수 있고, 그렇다고 용퇴 대상에게 공천을 주기도 어려운 난감한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홍 전 대표는 기자회견 말미에 "18일 이전 재차 기자간담회를 열 수 있고 무산되면 총선이 끝날 때까지 해외에 나가 있겠다"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에 자신의 공천 문제를 포함한 또 다른 역할 할당을 요청해놓고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한편 이상돈 비대위원은 이날 "홍 전 대표와 이재오 의원, 나경원 전 의원이 출마하는 것은 총선 국면을 위해 좋지 않다"고 말해 현정부 실세 물갈이 논란에 다시 불을 붙였다.
이 위원은 홍 전 대표에 대해 "자기 지역구나 다른 지역구 후보들을 위해 힘 써주는 게 좋다"며 불출마를 촉구한 뒤, 이 의원을 겨냥해서는 "4대강 사업에 앞장섰던 분들이 출마하면 야권의 거센 공세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나 전 의원의 출마 얘기에 야당이 '이명박 대통령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 심판 선거'로 몰아 가려 하고 있다. 이런 일이 자꾸 생기면 당의 앞날에 부정적"이라고 주장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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