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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쇠고기 가격의 진실을 제대로 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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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쇠고기 가격의 진실을 제대로 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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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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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 산업은 복잡하다. 산업이 복잡하면 산업의 구조를 살펴보는 것이 문제를 정확히 집어내는 데 도움이 된다. 쇠고기는 크게 한우고기(한국 토종 소의 고기), 육우고기(거세한 수컷 젖소 고기), 젖소고기(젖을 짜는 암소 고기), 그리고 수입 쇠고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쇠고기 소비량의 약 50%는 수입 쇠고기이고, 약 40%가 한우고기, 6~7% 정도가 육우 고기, 그리고 나머지가 젖소 고기이다.

고기 소를 키우는 농가는 한우농가와 육우농가로 구분되고, 한우농가는 또 다시 암소를 키워 송아지를 생산하는 번식우 농가와 어린 송아지를 구입해서 살찐 큰 소로 키워 파는 비육우 농가로 나뉜다. 육우의 송아지를 생산하는 농가, 즉 젖소농가는 고기 소를 키우는 농가가 아니지만 일종의 번식우 농가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쇠고기 가격, 특히 한우 고기 가격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먼저 한우 고기의 '소비자 가격'은 높던, 낮던, 불안정 하던 크게 우려할 문제가 아닌 것 같다. 농촌경제연구원 식품수급표에 따르면 한국 사람은 매일 약 110g의 고기를 섭취하는데 그 중 쇠고기는 20g이다. 쇠고기 소비의 40%가 한우 고기라고 하면 1인당 1일 한우 고기 소비량은 8g 이고 이것은 월별로 환산하면 240g이다. 현재 1등급 한우 등심 1kg의 가격이 약 7만원이므로 이것은 매달 1만7,000원 어치에 해당한다. 한우 고기는 부유층이 아니면 어쩌다 먹는 사치품일 뿐 그 가격이 오르거나 내려도 평균적인 소비자의 가계에는 별로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말이다.

한편 한우 '생산자 가격', 즉 비육우 농가가 소를 길러 파는 가격의 불안정성은 농가의 소득에 직접 영향을 미치므로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한우 생산자 가격의 불안정성은 송아지 가격의 불안정성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므로 현재 전업 비육우 농가들의 경영능력과 규모로 보아 감당할 만 하다고 생각된다. 더군다나 낮은 송아지 가격은 비육우 농가에게는 호재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송아지 가격'과 번식우 농가이다. 송아지는 적어도 2~3년 길러야 최종 상품이 되므로 송아지를 키우는 데는 기대와 예측이 중요하다. 2~3년 후에 쇠고기 가격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되면 아무도 사는 사람이 없어 가격이 0에 가깝게 폭락하고, 반대로 가격이 좋을 것이라고 예상되면 천정부지로 폭등한다. 송아지가 증권보다 더 나쁜 점은 살아있는 생물이기 때문에 적지 않은 보관비용(사료비용)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게다가 번식우 농가는 대체로 영세한 농가이다. 적은 소득을 보충하기 위해 부업으로 송아지를 키우다가 공급이 증가해 값이 폭락하면 그 손해를 고스란히 뒤집어쓴다. 마치 증권시장에서 개미투자자들이 막차를 탔다가 손해를 보는 것과 비슷하다.

정부는 1998년부터 송아지생산안정제를 도입해 이 제도에 가입된 암소가 출산한 송아지에 한해 시장가격이 165만원 이하로 떨어지면 30만원까지 차액을 보충해주는 정책을 펴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부업소득을 간절히 바라는 영세한 농가들로 하여금 너도 나도 번식우 사업에 뛰어들게 해 주기적인 송아지 가격 파동을 일으키게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렇게 보면 쇠고기 가격 하락의 피해자는 영세한 농가라고 할 수 있다. 영세한 농가를 진정으로 도와주는 방법은 농가의 기본 복지 혜택을 튼튼히 하고 다양한 소득기회를 마련해 주는 것이다. 특정한 작물에 특혜를 주는 것은 결국 그 작물의 생산을 증가시켜 과잉생산과 정부보조를 반복하는 악순환 속에 영세농가의 소득을 더욱 불안정하게 할 뿐이다. 진정한 농업인들은 편중되고 왜곡된 보조가 아니라 공평한 복지혜택, 정당한 소득기회를 원하고 있다.

이태호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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