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2030 세상보기] 산으로 가고 있는 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2030 세상보기] 산으로 가고 있는 배

입력
2012.02.08 12:01
0 0

'나는 꼼수다'(나꼼수) 에서 불거진 비키니 사건 관련 기사가 하루 동안 350건가량 올라왔다. 그 논란은 SNS로 옮겨 더욱 거세게 퍼져 나가고 있다. 논란은 언쟁으로 변질돼 서로에게 치명적인 칼을 휘두르는 상태까지 커졌다. 그야 말로 SNS는 스마트 폰만 있으면 어디서나 참여할 수 있는 거대한 전장이 됐다. 이 때문에 놓쳐서는 안 되는 문제들(가장 시급한 한미 FTA 문제)은 진흙탕에 섞여 보이지도 않게 되었다.

어느 순간부터 '나꼼수' 는 힘을 가지기 시작했다. 가려운 곳을 정확히 긁어주는 시원함과 시종일관 직설적인 입담, 그리고 청자들 대부분이 동의하는 대의로 순식간에 힘을 모았다. 이때부터 '나꼼' 가 대안언론이냐 아니냐는 논점이 떠올랐고 많은 관점들이 쏟아졌다. 사실 나도 어느 순간부터 '나꼼수' 에 약간의 불편함을 느꼈다. 그렇다고 이 방송이 가진 방향성이 불쾌했다는 것은 아니다. 내가 불편했던 것은 그들이 정치적 태도를 미루는 것이었다. 나는 민주통합당 대표 경선 전 후보자 청문회부터 '나꼼수' 의 정체성에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이유는 그들에게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나꼼수'는 문제에 봉착했다. 대의 아래에 눌려있던 각자의 성향들이 한 사건으로 터져 나온 것이다. 물론 그동안 우리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자행되고 있었다. 문제 삼고 결속하지 않는다면 되돌릴 수 없는 상태였다. 그래서 우리의 관심은 일제히 정치판으로 몰렸다.

정치에 대한 국민의 관심집중이 이뤄낸 결실은 국민이 정치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인식을 확립한 것이다. 그 인식을 통해 당의 이익을 위해서는 날치기를 해도 좋다는 여의도식 독단이 조금씩 무너지는 전조가 보였다.

'나꼼수'를 비롯한 많은 각성이 이에 공헌을 한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그들에게 지금은 한 가지 목표만 있는 것 같다. 혹자들은 그것이 대의를 위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정권교체보다 더 핵심적인 문제는 현 정권이 벌려놓은 문제점들을 어떻게 바로잡을 수 있느냐다. 그 논리에서 보면 사실 '나꼼수'도 하나의 대안이었다. 현 상황을 해결해줄 수 있는 전부는 아니었다. 총선만 다가오면 대한민국에는 여당도 야당도 없어진다. 정권을 유지하고 싶은 당과 전복하고 싶어 하는 당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전략적으로 편을 가를 수 있는 논점들이 하나 둘씩 사람들에게 던져지고 있다. SNS를 통해 손쉽게 개인의 주장을 펼칠 수 있는 지금 이런 논점의 힘은 생각보다 강하다. 이 선정적인 논점들은 비판적 토론보다는 싸우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대의를 중심으로 나눠진 진영논리가 만드는 그늘이 생각보다 넓고 짙다. 이 그늘 안에서 실질적으로 고려해봐야 할 문제들이 뒤로 밀려나고 있다. 어쩌면 밀고 나가는 것도 중요했지만 모여서 서로의 접점을 찾아보는 시간이 모두에게 필요했을 수도 있다. 그 시간이 우리에겐 없었다.

대의라는 단어가 가진 힘은 어마어마하다. 모두를 한 방향으로 결속할 수 있고, 쉽게 타인의 논리를 묵살할 수도 있다. 대의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않는 자는 적이 된다. 이 논리가 편 가르기 식 논쟁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런 편 가르기 식 논리들은 우리의 공격성만 키우고 있다. 그 공격성은 이 사회에 꼭 논의해야 하는 것을 그냥 지나치게 하고 각자의 입장을 옹호하는 자극적 발언만 하게 하는 악영향을 주고 있다. 이런 논쟁들은 오히려 우리의 생각을 단순화시키고 현상의 비판적 수용을 가로막는다.

근본적으로 생각하면 모두가 좋은 세상을 만드는 방법을 찾는다는 것은 하나의 목소리로는 절대 불가능하다. 변화를 일으키고 나면 그 변화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발전적인 토론도 반드시 있어야 한다. 잠시 시간을 갖고 지금 터져 나오는 논란들이 무엇을 흐리고 있는가에 대해서 생각해봐야 한다. 두 번의 큰 선거가 있다. 우리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하고 해결해주는 정치세력이 지금까지는 등장하지 않은 것 같다.

천정완 소설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