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년 전인 1910년 11월호에는 '조선과 중국을 훑어보며'란 제목의 글과 사진이 실렸다. 그 중 '서울의 목재시장'이란 사진은 흰옷을 입은 사람들이 장작 한 꾸러미를 소 등에 지운 채 나무를 팔려고 서성이는 모습을 담았다.
이를 촬영한 사진작가 윌리엄 샤핀은 사진설명을 다음과 같이 적었다. '뒷산에 나무가 거의 없고, 베어 낸 자리에는 다시 심지 않았다. 산에 나무를 모두 베어 내고 심지어 작은 가지나 뿌리까지 황소 등에 싣고 장으로 간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우리 산은 독수리의 새하얀 정수리 같은 독산(禿山)이 됐다. 서울에 남은 숲다운 숲은 종묘, 창덕궁 등 궁궐지역이 유일했다. 나머지 지역은 모두 민둥산이었다. 이 불모지에 다시 숲이 들어서리라 누가 생각했을까.
1973년부터 치산녹화사업을 실시한 이래 국내 숲은 울창해졌다. 임산 연료 대체 운동, 식수(植樹) 후 적극적인 관리 등 정부 정책과 국민의 숲 사랑 정신이 큰 원동력이었다. '척박한 땅에 견디며 빠르게 자라는 나무 개발', '흙이 흘러내리지 않게 하는 아이디어 물막이 설치' 등 숲의 터전을 가꾸고 다지는 기술도 큰 도움이 됐다. 특히 '비무장지대 산림 생태계 연구', '국내 목재를 활용한 목조 주택 개발', '솔잎혹파리, 재선충병 방제 기술', '왕밤, 고로쇠, 도토리 등 우리 고유 임산자원 보전' 등 산림과학 연구는 우리나라 녹색성장의 견인차였다.
그러나 기후변화, 사막화, 외래성 돌발병해충, 대형 산불, 국지적 산사태 등으로 우리 숲은 일대 변화를 맞이 하고 있다. 빠른 시간 안에 울창해졌지만 곳곳에선 성장통도 앓고 있다. 숲을 잘 관리해야 하는 시점에 들어선 것이다.
숲은 모름지기 사람과 같다. 고난을 잘 이겨내는 회복력은 숲에 대한 관심과 사랑에서 나온다. 숲이 이런 아픔을 딛고 일어서기 위해선 빽빽한 가지를 잘라주고 나무를 솎아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야 햇빛이 땅까지 들어오고, 다양한 생물이 살아갈 터전이 만들어진다. 이 과정에서 나무는 자신이 머금고 있던 피톤치드와 산소, 물을 우리에게 선물한다.
마침 숲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관심도 날로 증가하고 있다.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부터다. 100년 전 시장에 장작 팔려고 나온 국민은 이제 피톤치드가 녹아있는 상큼한 산소 한 모금을 들여 마시고, 숲으로 치유 여행을 떠나길 바란다.
올해는 우리나라 산림과학을 책임지는 국립산림과학원이 창설된 지 90년이 되는 해다. 시경(詩經)에선 '백리를 가려는 사람은 구십리를 반으로 여긴다(行百里者 半九十里)'고 했다. 산림부국을 꿈꾸는 산림과학연구 90주년은 이제 겨우 절반을 온 것이다.
하지만 남은 절반의 발걸음은 자신감에 차 있다. 산림녹화, 생태복원, 목재가공 등 국내 뛰어난 기술을 북한,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등 사막화가 진행되거나, 숲이 많이 파괴된 지역에 알려줄 계획이다.
선진산림기술을 국내에 도입하고, 전통산림지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적용하는데도 힘을 쏟을 것이다. 숲의 질적 성장을 이끌, 과학적인 숲의 관리가 필요한 시기다.
구길본 국립산림과학원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