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만화가 불법 복사 비디오테이프에 담겨 세계로 퍼졌던 1990년대에는 유명하지 않은 만화는 보는 사람이 없어 바로 묻혔어요. 그런데 지금은 웹을 통해 세계 곳곳에 흩어진 콘텐츠 소비자만 모아도 시장이 만들어져요. 새로운 소비자가 등장하는 시대가 온 겁니다."
백영민(35)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 웹사이언스공학과 조교수는 8일 "새로운 소비자의 분포, 특성 등을 연구할 계획"이라며 신임 교수로서의 포부를 밝혔다. "보다 과학적으로 한류 마케팅을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란 연구 의의를 설명하는 데도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1일 카이스트 교수로 임용됐다. 카이스트에서 공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 교수가 된 사례는 처음이다. 백 교수의 전공은 언론학. 연세대 신문방송학과를 나와 서울대와 미국 아이오와대에서 석사를, 지난해 펜실베이니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과정생이던 2008년 미국언론학회가 주는 최우수 학생논문상을, 이듬해에 세계언론학회가 주는 최우수 교수논문상을 수상했다. 커뮤니케이션 분야 세계 3대 학회 가운데 2개 학회에서 최우수 논문상을 탄 것이다.
카이스트는 백 교수의 임용 이유로 "공학적 측면은 물론 사회적인 시각으로 웹을 분석하는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공학과 인문학의 벽을 없애고, 융합학문을 연구하는데 적임자로 판단했다는 의미다.
백 교수는 "웹은 여러 사람이 모여 새로운 관계를 맺는 또 다른 세상"이라며 "웹사이언스가 융합연구 자체인 만큼 앞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웹사이언스는 웹을 만든 팀 버너스 리가 2006년 주창한 학문 분야로, 웹의 진화와 웹을 통한 인류생활의 변화 등을 연구한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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