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은 1년 2,193시간 노동을 해서 OECD국가들의 연 평균 노동시간 보다 444시간(2010년 기준), 주로 따지면 11.1주, 월로 따지면 2.6개월 가량 더 일을 한다. 2011년 ILO의 보고서에 따르면, 주 48시간 이상 장시간 일을 하는 근로자의 비율은 31%로 역시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다.
우리의 장시간 노동은 주로 25~54세까지 왕성한 시기에 오랜 시간 일을 하게 한 뒤 50대 초중반에 조기퇴직시키는 식으로 기업들이 고령화의 부담을 개인과 사회에 돌리는 식이 되어 있다. 장시간 노동은 저출산ㆍ고령화, 고학력화와 여성경제활동 증가라는 노동시장의 변화에 정합적이지 않고, 청년실업 감소, 생애주기와 일ㆍ가정의 양립 요구 등 사회적 요구 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변화와 사회적 요구를 반영하고 장시간 노동을 줄이기 위해 정부는 근로시간 특례업종의 축소를 발표했다. 근로시간 특례제도는 연장근로나 휴일근로를 무한정 연장할 수 있도록 근로시간에 대한 최소한의 규제도 면제를 해 주는 특별한 제도다. 그동안 특례업종에 종사한 400만 근로자들은 장시간 노동으로부터 건강과 휴식을 보호를 받지 못해 왔다. 이 제도가 제도적으로 너무 일반화되어 있었고 남용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이 제도는 1960년대 초에 만들어져 산업화, 산업의 고도화 등의 구조변화에도 불구하고 51년간이나 유지되어 왔다. 근로시간을 규제하는 제도가 외부 환경의 질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무관심속에 오랫동안 방치되어 왔는가를 말해주고 있다.
그런데 정부의 행정통계(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1993~2010년)를 이용해분석한 바에 따르면 운수업, 폐기물 처리업 등을 제외하면 근로시간 특례업종의 월간 초과근로시간이 비특례업종의 월간 초과근로시간 보다 적게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운수업과 폐기물 처리업을 제외하면 근로시간 특례업종을 둘 필요가 있는가 의심이 된다. 또한 근로시간 특례업종을 포함하여 주 52시간 이상을 일을 시키는 사업체는 30인 이상의 경우 전체의 13.4%, 제조업은 22.6%에 이르나 제조업은 근로시간 특례업종에 속하지 않는다. 특례업종에서 제외되는 업종 가운데 주 12시간 이상의 연장근로를 하고 있는 업종이 그다지 많지 않아서 특례제도 축소에 따른 충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노사정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지난 주에 근로시간 특례업종 26개 업종을 10개로 줄여 주 평균 12시간의 연장근로의 적용을 받게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적용대상 근로자수가 그동안 400만명 가까이에서 140만명으로 줄어들게 되니 다행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상당수 근로자들이 연장근로시간에 관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또한 정부가 특례업종의 수를 최소화하지 못하고 전기통신, 병원 등 보건업 등을 특례업종에 남겨둔 것이 아쉽다.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근로시간 특례업종의 축소는 불필요하게 특례업종에 속해있던 업종들을 제외하고 업종의 특성이나 근로시간 패턴이 굳이 특례업종에 둘 필요가 없는 곳들을 제외함으로써 우리의 후진적인 노동시간 규제법제를 업그레이드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이를 통해 일자리 창출 효과는 물론 직장에서의 직무만족도 개선, 피로도 감소, 삶의 질의 향상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근로시간 특례업종의 축소는 휴일근로시간의 연장근로시간 포함 조치와 함께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첫걸음일 뿐이다. 앞으로도 연차수당 대신 연차휴가 사용, 고정연장수당을 지급하고 연장근로시간을 임의로 늘리는 포괄임금제와 교대제 개편을 통한 노동시간 단축 등 과제가 많이 남아 있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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