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건설업계 인수합병(M&A) 최대 관심 매물인 쌍용건설 매각의 막이 올렸다. 2008년 12월 쌍용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동국제강의 인수자격이 박탈된 지 3년여만. 매각주체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최근 6곳으로부터 인수의향서(LOI)를 받은 것을 시작으로 14일 예비입찰과 21일 쇼트리스트(예비실사 적격자) 선정, 4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등이 이어지며 매각작업은 속도를 내고 있다.
쌍용건설은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적당한 덩치(시공능력평가 14위)에 해외 고급건축 시공분야에서 두드러진 실적과 인지도를 갖춘 만큼 새 주인에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다. 4가지 관전 포인트를 짚어봤다.
숨은 투자자는?
쌍용건설 인수에 도전장을 내민 곳은 이랜드그룹과 일진그룹, 부영 등 국내기업 3곳과 독일계 엔지니어링업체인 MW그룹, 국내 사모펀드(PEF) JKL, 홍콩계 PEF 아지아 등 모두 6곳. 이들 모두 자금력 또는 건설사 운영 노하우가 부족해 단독 인수 가능성은 낮다. 결국 이들 도전자들이 아직 드러나지 않은 다른 투자자들과 어떻게 손을 잡느냐가 관심거리. 실제 2007년 매각 당시 LOI를 제출하지 않았던 동국제강이 막판 군인공제회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자격을 얻기도 했다.
우선 현대그룹의 등장 가능성이 점쳐진다. 현대그룹은 MW그룹과 컨소시엄을 짜서 지난 2010년 현대건설 인수를 타진한 바 있다. LOI 제출사간의 컨소시엄 구성도 가능하다. 자금과 건설사 운영이 모두 필요하다는 점에서 부영이 JKL이나 아지아와 손을 잡거나, JKL이나 아지아가 제3의 건설사(또는 건설사를 계열사로 둔 기업)와 컨소시엄을 구성할 가능성도 있다.
이랜드의 재수(再修) 결과는?
이랜드그룹의 인수 여부도 관심거리. 이랜드는 지난달 미국 프로야구 구단인 LA다저스 인수 의향을 밝히는 등 최근 활발한 기업쇼핑에 나서고 있는데, 2007년에도 쌍용건설 인수에 참여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끝까지 남을지 미지수. 이랜드는 2007년 다른 13개 업체와 함께 인수의향서를 제출했지만 예비입찰에서 발을 뺐다. 특히 다저스 지분 인수 성사 땐 적지 않은 자금(1,200억원)이 들어가야 해, 두 곳 모두 인수 비용을 치르기엔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몸값은?
지난 매각 때보다 몸값은 약 3분의1 수준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당시 2만2,000원대에 달했던 쌍용건설의 주가가 7,000원대로 떨어졌기 때문. 캠코 등이 내놓을 쌍용건설 주식 50.07%의 시가총액은 8일 종가(7,400원)기준으로 1,100억원.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30% 정도 더하면 지분 매각대금은 1,430억원 가량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주가와 쌍용건설의 시공능력 및 국내외 인지도까지 고려하면 2,000억~2,500억원 정도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선매수청구권 행사는?
쌍용건설 우리사주조합의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여부도 관심거리다. 쌍용건설 임직원들이 워크아웃시절 캠코로부터 받은 우선매수청구권은 인수 대상자가 선정되더라도 사주조합이 매각 지분 50.07% 가운데 절반 가량인 24.72%를 우선협상대상자가 제안한 가격과 같은 값으로 지분을 사들일 수 있는 권리로, 인수자 선정 과정을 뒤집을 수 있다.
사주조합(14.12%)과 임직원(1.65%)이 보유중인 지분 15.77%에, 우선매수로 확보하는 지분 24.72%를 더하면 사주조합은 최대 40.49%의 지분을 가진 1대주주 자리에 오른다. 현재로선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우리사주조합 관계자는 "인수 후보 가운데 회사의 지속가능한 성장 비전을 제시하거나 건설사 경영 능력이 검증된 곳이 없다"며 "재무적투자자(FI)와 컨소시엄을 이뤄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기 위한 준비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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