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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에서 미리 본 뮤지컬 '위키드'/ 초록·금발 두 여자마녀의 우정쌓기 흥미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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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에서 미리 본 뮤지컬 '위키드'/ 초록·금발 두 여자마녀의 우정쌓기 흥미진진

입력
2012.02.08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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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 그랜드 시어터. 뮤지컬 '위키드' 공연이 끝나자 자리에서 일어난 관객들이 우르르 기념품 판매점으로 몰렸다. 들떠 있는 관객 중엔 유난히 젊은 세대가 많았다. 호주 관광객 멜린다 스미스(20)씨는 "내 또래가 공감할 수 있는 여자들의 우정을 다룬 데다 여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도 인상적"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싱가포르 남쪽 바닷가에 위치한 마리나 베이 샌즈 복합 리조트는 호텔과 쇼핑몰, 카지노 등이 몰려 있는 관광의 중심지. 이곳에 자리한 2,155석 규모의 그랜드 시어터에서 지난해 12월 개막한 뮤지컬 '위키드'는 평균 85~90%의 객석 점유율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호주 배우들로 꾸려진 이 공연은 5월 31일부터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무대에 오른다. 2003년 초연 이후 줄곧 흥행 1위를 달려온 브로드웨이의 대표 뮤지컬 '위키드'의 상륙은 올해 국내 뮤지컬계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 '오페라의 유령'을 히트시켰던 설앤컴퍼니와 CJ E&M은 먼저 호주팀 투어 공연을 선보이고 향후 한국 배우들이 참여하는 라이선스 공연을 추진할 계획이다.

'위키드'는 '사악한 마녀(Wicked Witch)'에서 따온 제목만 보면 가족 관객을 겨냥한 작품으로 여길 만하지만, 여성들의 우정을 다룬 드라마와 독특한 캐릭터의 매력이 돋보이는 뮤지컬이다. 라이먼 프랭크 바움의 를 재기 넘치게 비튼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동명 소설이 바탕이다. 도로시가 오즈에 떨어지기 전 시점을 배경으로 서쪽의 나쁜(Wicked) 초록 마녀 엘파바와 착한 금발 마녀 글린다가 우정을 쌓아 가는 이야기.

주인공 엘파바(Elphaba)의 이름은 라이먼 프랭크 바움의 머릿글자(L, F, Ba) 소리를 본뜬 것. 불의를 못 참는 착한 심성을 지녔지만 괴상한 외모와 퉁명스러운 태도 탓에 호감을 얻지 못하는 엘파바와 외모는 아름답지만 허영기와 가식이 가득한 글린다를 함께 조명함으로써 보편적인 선과 악의 구분이 과연 어디에서 유래하는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

무대 구현은 상업 뮤지컬의 흥행 작법을 충실히 따랐다. 드라마가 지루할 틈 없이 역동적으로 전개되는 동안 삽입곡 'Defying Gravity' 'No One Mourns Wicked' 등에서 빼어난 고음 소화능력을 과시하는 두 여주인공의 노래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배우들의 기량 량도 만족할 만하다. 특히 한국에 이미 소개된 2007년 브로드웨이 초연작 '금발이 너무해'의 주인공 엘 우즈를 연상시키는 글린다 역의 수지 메이더스가 빛났다. 컨테이너 24개 분량의 무대장치가 동원된 빠른 장면 전환도 강점이다. 무대의상도 만만치 않다. 총 350벌에 달하는 옷값만 300만달러(약 35억원)를 웃돈다. 드라마와 음악 등 각 요소가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는 지적이 종종 나오는 것도 이처럼 모든 요소에 과한 힘을 실었기 때문이다.

관객의 반응은 "10, 20대 여성 관객이 크게 공감할 것"이라는 설도윤 대표의 말대로 젊은 여성들이 가장 열광적이었다. 대학생 첵 칭 후이(23)씨는 "무대 앞쪽의 용머리 장식과 마법사의 기계 장치 등 인형(puppet)을 이용한 무대 표현이 멋있고, 이야기가 늘어지지 않도록 시종일관 강하게 몰아붙이는 스토리텔링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한국 제작자들이 이 작품에 거는 기대는 상당하다. 김병석 CJ E&M 공연사업부문 대표는 "2001년 '오페라의 유령' 흥행이 뮤지컬 산업화를 이끌었듯 '위키드'가 한국 뮤지컬계 흐름을 바꾸는 2012년의 한 사건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했다. 설 대표는 "여성 관객이 절대 다수인 국내 뮤지컬 환경에 잘 맞는 작품"이라며 "원저작자들이 최초로 우리측에 로열티를 따로 요구하지 않고 수익을 나눠 갖는 방식을 택했을 정도로 흥행에 절대적인 자신감을 보이는 공연"이라고 강조했다.

싱가포르=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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