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동방생명이 삼성그룹에 편입돼 삼성생명으로 개명한 1963년 이후 삼성생명은 늘 업계 1위였다. 그것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이 전통은 늘 삼성생명의 자랑거리였다.
그런데 박근희(사진) 삼성생명 사장이 이런 삼성생명의 오랜 1등 행보에 대해 경계하는 발언을 했다. 최근 삼성그룹 인트라넷 미디어삼성에 오른 사내 인터뷰에서다. “삼성생명은 줄곧 1등만 해왔기 때문에 1등 DNA가 있죠. 그런데 1등만 하면 내부에 자만심 같은 게 생기죠.”
삼성전자와도 비교했다. 박 사장은 “삼성전자는 역전의 승부사”라며 “옛 금성이나 대우가 있던 시장에 후발로 들어가 1등을 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2010년12월 취임 후 1년 여간 가장 중점을 둔 것이 “미래에 대비하기 위한 변화와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서류 결재를 모두 전자 결재로 바꾸고, 직원들 보고도 이메일로 대신하도록 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박 사장은 자신만의 최고경영자(CEO)론도 폈다. 그는 “사장이 의전에 신경 쓰면 회사가 망한다”고 했다. “지방 가서 임원 차를 탄다고 엉덩이에 뿔나지 않아요. CEO가 되려는 사람들에게 정말 해주고 싶은 얘기에요.” 그래서 현장 방문에서 직원들이 선물로 종이학과 캐리커쳐 등을 준비한 것을 두고 호되게 나무라기도 했다. 그는 “사장이 온다고 누군가 지시를 했을 거 아니냐”며 “이런 부담을 왜 줘야 하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장을 모르는 CEO는 허수아비”라고 했다. “CEO라면 우리 직원이 어떤 사무실에서 일하는지, 냉장고는 있는지, 화장실은 깨끗한 지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 박 사장은 “내 부하직원은 내 고객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박 사장은 “21세기 기업에게 CSR 활동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수십억원의 돈이라도 단기적으로 내놓는 건 의미가 없고 CSR 활동이 하나의 브랜드가 돼야 한다”고 소신을 피력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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