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속에 대기업들의 사업포기가 속출하고 있다. 부진의 늪에 빠진 사업을 정리하는가 하면, 자금확보를 위해 주력사업을 내놓은 사례도 있다. 시장에선 대기업들의 대대적 사업구조조정이 시작되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지난 6일 웅진그룹이 웅진코웨이를 매각키로 하자 업계에선 "삼성그룹이 삼성전자를 포기한 격"이란 해석이 나왔다. 웅진그룹의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건 이미 시장에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룹 내 매출비중이 30%에 이르고 연 1조7,000억원 매출에 영업이익률이 두자릿수에 달하는 핵심 계열사를 내놓을 줄은 아무도 몰랐던 것.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도 주력사업체인 웅진코웨이 매각을 마지막까지 주저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업계의 한 소식통은 "웅진은 과거에도 핵심사업이었던 코리아나화장품을 매각한 뒤 그 자금으로 웅진코웨이에 투자해 성공했던 경험이 있다"면서 "매각이 잘만 이뤄진다면 극동건설 인수 및 저축은행 부실에 따른 자금부담해소와 신성장동력인 태양광 육성 등 결과적으로 하나를 버리고 둘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력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버릴 것은 버리자' 전략도 눈에 띈다. 삼성전자가 작년 9월 하드디스크(HDD) 부문을 미국 시게이트에 매각한 것이 대표적 사례. 국내 외장하드 점유율이 60%에 달했지만, 삼성전자는 하드디스크 사업부 매각 자금 약 1조5,000억원을 신성장 사업에 투자하는 것을 택했다. 삼성전자는 헬스케어 분야를 차세대 육성사업으로 선정, 의료기기전문기업 메디슨을 인수하는 등 기존 사업정리와 신사업 육성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삼양사가 지난 달 사료사업을 축산전문기업 아이피드에 넘기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 회사측은 36년동안 키워온 사업을 정리한 돈 180억을 화학과 식품 등 핵심사업에 투입할 예정이다.
업황이 부진하거나 적자가 지속되는 사업 자체를 잘라내는 경우도 늘고 있다. 한진해운은 지난달 신재생에너지 분야 계열사 '삼올'의 법인을 해산한다고 밝혔다. 경영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추가 손실을 막기 위해 사업 철수를 결정한 것.
LG상사 역시 적자를 지속해온 카메라와 디지털기기 유통사업에서 지난 달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KCC는 차기 성장산업으로 약 4,300억원을 투자했던 폴리실리콘 제조 설비를 매각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KCC는 태양광 사업 탓에 작년 4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관련 공장은 작년 말부터 한달 이상 가동이 멈춰선 상태다.
유진그룹 역시 하이마트 매각으로 확보하는 현금을 기존 주력사업에 투입한다는 전략이다.
박승록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내수경기 불황이 오랜 기간 지속되면서 과거 무리하게 사업에 뛰어든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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