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전 수석검사역 신모(53)씨는 에이스저축은행으로부터 6,900억원의 불법대출을 받은 이황희(54ㆍ구속기소) ㈜고양종합터미널 대표에게서 1억3,000만원을 받아 챙겼다. 신씨는 자신의 빌라 인테리어 공사비와 가구, 가전제품 구입비 6,500만원을 황씨에게 대납시키는가 하면, 2,000만원 상당의 롤렉스 손목시계와 670만원 상당의 아르마니 양복도 받았다. 모두 "에이스저축은행에 대한 금감원 감독 때 불법대출 부분을 눈감아 달라"는 청탁에 따른 것이었다.
신씨처럼 부실 저축은행에서 부당한 청탁을 받고 금품을 수수한 금융감독원 직원, 국세청 공무원, 정ㆍ관계 인사가 무더기로 사법처리됐다.
저축은행비리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 부장검사)은 7일 2차 수사결과를 발표, 금융기관과 세무당국의 감독 부실 및 정ㆍ관계 로비 의혹을 집중 수사해 정윤재(49)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 등 15명을 사법처리하고 이 중 9명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합수단의 이날 발표는 지난해 11월30일 1차 수사결과 발표 이후 2개월 만이다.
합수단은 저축은행의 불법행위를 묵인하거나 비호해준 대가로 거액을 수수한 금감원 간부 8명을 적발해 7명을 재판에 넘겼다. 금감원 선임검사역 신모(43)씨는 에이스저축은행 검사 과정에서 금감원의 검사 일정과 검사반 명단, 검사반원 성향 등을 사전에 알려주는 대가로 은행에서 37회에 걸쳐 8,240만원을 받았다. 합수단 관계자는 "금감원 간부 5명은 2개 이상의 저축은행에서 각각 금품을 받았다"며 "이들의 뇌물수수 행위는 일회적인 것이 아니라 뿌리깊이 만연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합수단은 토마토저축은행 세무조사 과정에서 세금부과액을 줄여주는 대가로 5,000만원을 받은 중부지방국세청 7급 직원 황모(41)씨를 구속기소하는 등 국세청 공무원 4명도 사법처리했다.
정권 실세에 대한 금품 로비도 적발됐다. 유동천(71) 제일저축은행 회장에게서 각각 4억2,000만원과 1억5,000만원을 받은 김재홍(73) KT&G복지재단 이사장과 이상득 의원 보좌관 박배수(47)씨도 재판에 넘겨졌다.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오빠인 김 이사장은 인사청탁 명목으로, 박씨는 저축은행 검사 완화 명목으로 각각 돈을 받았다. 정 전 비서관도 파랑새저축은행 조용문(54) 회장에게서 1억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수감됐다.
하지만 합수단이 검찰 조직에 대한 수사는 머뭇거리고 있어 '제 식구 감싸기'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합수단은 검찰 수사 무마 청탁 명목으로 토마토저축은행에서 5억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법무사 고모(46)씨를 구속기소했지만, 고씨로부터 돈을 받은 검찰 인사는 적발하지 못했다. 또 유동천 회장과 자주 만나거나 통화한 검찰 간부가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수사 대상에 오른 사람은 아직 없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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