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의 '카지노 차르'와 연루됐다는 의혹이 있는 돈을 선거자금으로 받았다가 반환하기로 했다. 오바마 선거 캠프가 미국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보석기간 중 멕시코로 도피한 후안 호세 카도나, 일명 페페의 형제들이 기부한 20만달러를 돌려주기로 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6일 보도했다.
신문이 전한 사연은 이렇다. 지난해 가을부터 오바마 선거캠프와 민주당에 낯선 이름으로 기부금이 들어왔다. 시카고에 살고 있는 페페의 형제 카를로스와 알베르토가 기부를 시작한 것이다. 형제는 이전에는 정당에 기부를 한 적이 없다고 NYT는 보도했다.
페페 형제들 이름은 지난달 발표된 오바마 캠프 선거자금 기부자 명단 윗줄에 올랐다. 카를로스와 알베르토는 각각 3만800달러를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페페의 여동생 레티시아 카도나는 1만3,000달러 냈고 페페의 다른 친척들 이름으로도 1만2,600달러의 기부금이 등록됐다.
카를로스는 기부에 앞서 지난해 1월 아아오와주 민주당 측에 자신의 형이 사면받을 수 있는지 문의했다. 이들이 페페의 사면을 바라고 오바마 캠프에 기부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배경이다.
멕시코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주, 아이오와주에서 자란 페페는 1994년 사기와 마리화나 밀수 혐의로 기소됐다. 보석 기간 중 사라진 그는 멕시코에서 등장했다. 멕시코에서 그는 폭력계와 카지노업계의 거물로 성장해 '카지노의 차르'로 통했다고 NYT는 전했다. 2007년에는 범죄집단이 그를 암살하려 했으나 살아남았다. 위키리크스 공개 문건에는 그가 멕시코 불법 정치자금에 연루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페페는 멕시코로 도피한 후에도 미국의 형제들과 관계를 유지했다. 페페가 소유한 레스토랑의 인터넷 홈페이지 도메인이 알베르토의 이름으로 등록돼 있으며, 알베르토는 멕시코에서 광고회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오바마 캠프 측은 페페의 존재를 몰랐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모금 담당자로 일하는 마누엘 산체스 시카고주 변호사는 "지난해 12월 카를로스와 알베르토를 처음 만났는데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업가로 알았다"며 "그들의 가족사를 알고 나도 놀랐다"고 NYT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벤 라볼트 오바마 캠프 대변인은 페페의 가족이 낸 기부금을 모두 반환하겠다고 발표했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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