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카의 빅엿'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서기호(41) 서울북부지법 판사에게 재임용 부적격 통보를 한 법원의 판단을 두고, 현행 법에 비춰볼 때 무리한 판단이었다는 해석과 잇단 돌출행동을 한 판사에 대해 조직의 안정을 위한 타당한 결정이었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서 판사 논란을 놓고 일찌감치 '법원의 자충수'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서 판사에게 '근무성적 불량'이라는 재임용 부적격 사유를 제시하면서, 굳이 그의 언행이 부적격 사유가 아니라고 한 점이 오히려 서 판사와 그를 옹호하는 측의 반발을 키웠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법원이 서 판사에게 공개한 10년 간 근무성적평가를 보면 그는 '하' 5회, '중' 2회, 'B' 1회, 'C' 2회의 평가를 받았다. 대법원은 이를 근거로 서 판사가 연임 심사 대상자 중 하위 2%에 해당한다고 못박았다.
하지만 서 판사의 성적은 법원이 재임용이 어렵다고 판단할 수준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종전 A~E까지 5단계 평가에서 2005년부터 상ㆍ중ㆍ하 3단계로 바뀐 것을 감안할 때 서 판사는 10년 간 '중' 5번, '하' 5번을 받은 셈이다. 이는 좋은 성적으로 볼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최하는 아니라는 것이다. "10회를 모두, 혹은 8~9회 하를 받을 정도로 현저히 불량한 상황도 아닌데 100명 중 꼴찌 또는 그 앞 순위라는 게 이해하기 어렵다"는 서 판사의 주장이 공감을 얻고 있는 이유다.
그렇다 하더라도 대법원으로서는 서 판사의 근무성적평가 내용을 속시원하게 밝힐 수도 없는 입장이다. 현행법상 법관 근무성적평가 점수는 비공개가 원칙이다. 서 판사에게 공개한 부분도 연임 적격 여부에 문제가 있는 판사에게 사유를 알려주고 의견 진술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인사규칙에 따른 최소한의 내용으로, 이마저도 엄밀히 따지면 비공개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는 서 판사에 대한 재임용 부적격 판정을 두고 대법원이 '튀는 판사'를 솎아내기 위해 근무성적을 구실로 들이댄 것이라는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서 판사는 2009년 신영철 대법관 사태 때 신 대법관을 징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법원에서 이미 미운털이 박힌 게 사실"이라며 "근무성적 때문이라고 하지만 이를 명쾌하게 밝히지 못하는 대법원이 오히려 곤란한 지경에 빠진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서 판사의 법관으로서의 자질을 거론하며 당연히 탈락 대상이라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그가 이미 SNS 등을 통해 '정치성'을 드러낸 이상, 법관에 대한 신뢰를 확보할 수 없고 따라서 법관의 자격이 없다는 논리다. 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재임용은 법관이 과연 판사로서 직을 해나갈 수 있는가를 종합적으로 평가해서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7일 법관인사위원회를 열어 서 판사로부터 재임용 부적격자 선정에 대한 본인의 소명을 들었다. 서 판사는 인사위 출석에 앞서 기자들에게 "지난 10년 간의 법관 생활이 직무 수행이 어려울 정도였다고 보지 않는다. (나는) 떳떳하다"고 말했다.
서 판사 재임용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은 대법관회의에서 인사위 결정에 대한 재논의가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르면 이번 주, 늦어도 다음 주 중 나올 것으로 보인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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