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년대 초반 멸종한 것으로 알려진 한국호랑이가 아무르호랑이(시베리아호랑이)와 유전자가 완전히 일치하는 같은 종으로 확인됐다. 지금까지 동물학계에서는 한국호랑이가 아무르호랑이와 같은 혈통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기는 했으나 다른 종이라는 주장도 있어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였다.
이항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팀은 7일 "미국 스미소니언자연사박물관과 일본 도쿄 국립과학박물관에 보관된 한국호랑이의 두개골에서 유전자를 추출, 미 국립암연구소에 등록된 아무르호랑이의 유전자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한 결과 염기서열이 100% 같았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분석한 유전자는 미토콘드리아 DNA로, 모계를 따라 전달되는 미토콘드리아 DNA는 흔히 종(種)을 구분하는 지표로 쓰인다.
이 교수는 "호랑이라도 종(아종·亞種)에 따라 미토콘드리아 DNA 염기서열이 많게는 1% 정도 차이가 난다"며 "이 염기서열이 같다는 건 한국호랑이와 아무르호랑이가 완전히 같은 종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현재 야생에서 살고 있는 호랑이의 아종은 아무르, 벵골, 인도차이나, 수마트라, 말레이의 5종이다. 이밖에 남중국호랑이는 동물원에서만 볼 수 있고 발리, 카스피, 자바호랑이는 멸종했다.
이 교수는 "현재 러시아 연해주 지역에서 아무르호랑이 400여 마리가 살고 있다는 건 한국호랑이가 멸종되지 않았다는 뜻"이라며 "한국호랑이를 복원하려면 '해외동포'인 아무르호랑이의 보전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아무르호랑이를 가까운 미래에 멸종할 가능성이 높은 위기 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 연구결과는 최근 한국동물분류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동물분류진화와 다양성'에 소개됐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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