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중반 이후 고령층 가구가 보유한 자산은 80% 이상이 부동산 등 실물자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의 교육이나 혼인 비용 등을 마련하기 위해 젊을 때 비축해둔 예금 등 금융자산을 하나 둘 처분한 탓이다. 부동산 경기가 주저앉는다면 고령층 가구의 삶도 휘청댈 수밖에 없다.
7일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가계자산 포트폴리오' 보고서에 따르면 은퇴 연령인 50대 중반 이후 가구주는 가계자산에서 부동산 등 실물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80%를 넘었다.
가구주 연령별로 보면 ▦25세 미만 41.7% ▦30~35세 61.0% ▦40~45세 71.3% ▦50~55세 77.7% 등으로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실물자산 비중이 높아진다. 특히 55세 이후에는 ▦55~60세 80.8% ▦60~65세 83.6% ▦65~70세 85.9% ▦70~75세 86.1% ▦75세 이상 86.7% 등 줄곧 80%가 넘는 비중을 보인다.
우리나라는 자산이 정점을 찍고 줄어드는 시기도 선진국에 비해 빠르다. 미국, 일본의 경우 나이가 들수록 자산 증가세를 보이다 70대 이후 감소세로 반전하지만, 우리나라는 55~60세에 자산 정점을 이루고 있다.
이창선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자녀 교육비나 출가, 분가 부담을 부모가 감당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우선 금융자산부터 처분하는 사례가 많을 수밖에 없다"며 "은퇴 이후에는 공적연금이 뒷받침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작 본인들의 노후 생활을 위한 금융자산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고령층 가구의 자산이 실물에 편중되면서 노후 생활을 더욱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 위원은 "은퇴 이후 고령층은 부동산 가격 하락 위험에 취약하다"며 "별다른 소득이 없는 상황에서 보유자산 가격이 내려간다면 노후 대비가 불안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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