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말부터 한 방송국 노조가 총 파업에 돌입했다. 뉴스 좀 보자고 앉았는데 뉴스가 곧 끝나버리는 어처구니없는 상황 속에 우리가 무슨 죄라고 우리를 담보로 이러실까. 늦은 밤, 전에 없던 관심을 가져보는데 문득 상식이라는 단어가 불쑥 튀어나왔다.
가령 '상식적으로 말하자면' 같은 수식, 나도 참 습관적으로 쓰고 있으나 내가 얼마나 상식적인 사람인가를 자문하다 보면 필시 침묵하게도 되는 바. 그러니 안다고 믿는 언덕에서 가장 쉽게 미끄러지는 거 아니겠나. 어쨌든 방송국에서 밤낮없이 바빠야 할 인력들이 거리로 나와 지금 우리와 함께 길 위에 있다.
뜻을 모은 이가 한둘도 아니고 오죽 답답했으면 이렇게 극단적인 방법까지 택했을까, 왜곡과 편파는 억울하다며 나 몰라라 잡아뗄 수 있을지언정 함께 일하는 이들이 대체 왜 피켓 속에 이름을 적어 나가라고 외치는지 한번쯤 아랫사람의 눈과 귀가 되어보는 게 상식에 걸맞은 상사의 태도라고 생각하는 나로선 아무래도 평생 아랫자리나 차고 앉을 운명인 것만 같다.
대체 높은 자리에 계신 분들은 왜 하나같이 나는 옳다, 라고만 하실까. 사람인데, 사람이니까 나는 그르다, 라고 해본들 화들짝 지구가 뒤집힐 것도 아닌데 말이다. 사내 연애중인 커플이 함께 시위에 참여했다는, 그러니 어쩌라고 싶은 기사들 가운데 파업을 응원하는 대규모 콘서트가 열린다는 소식. 간만에 달력에 빨간 동그라미를 다 그렸네그려.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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