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순(84ㆍ사진) 전 부총리가 “현재의 경제 위기는 ‘워싱턴 컨센서스’로 대표되는 자유주의 만능 사상 때문”이라고 일갈했다.
조 전 부총리는 7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개최한 ‘한국경제의 재조명’ 토론회에서 “자본주의 위기론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데, 자본주의가 위기가 아니라 미국과 영국을 비롯해 이들의 영향을 받은 나라들이 위기에 봉착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자유주의 자체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주의로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일종의 종교적인 신념인 자유주의 만능 사상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개방화와 자유화, 민영화로 규정되는 ‘워싱턴 컨센서스’의 자유주의 만능 사상이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경제위기를 심화시켰다는 것이다.
조 전 부총리는 또 “아담 스미스 당시에도 ‘보이지 않은 손’이 공익을 보장하지 않았다”며 “불균형 경제를 고치려면 작은 정부면 항상 좋다는 미신부터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는 시장과 정부가 같이 끄는 쌍두마차가 돼야 한다”며 “시장이 잘 작동하려면 정부가 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미국이 18~19세기 경제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은 자유방임을 통해서라기보다는 알렉산더 해밀턴과 같은 연방주의자가 보호주의 정책을 펼쳤고 민간은 정부정책을 따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조 전 부총리는 “한국경제가 지금까지 상황의 변화에 따라 임기응변 식으로 대응했고 그것이 대부분 성공했다면, 이제는 확고한 방향 설정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국가가 사람과 돈 두 가지를 잘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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