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는 목적에 따라 사실지향적 대화와 관계지향적 대화로 나눌 수 있다. 교사와 부모가 이를 잘 구분해서 사용한다면 아이들과 잘 소통할 수 있다.
사실지향적 대화는 "지금 몇 시니?"와 같이 정보를 묻고 답할 때, 혹은 업무 보고나 지시를 할 때, 교사가 수업시간에 지식을 가르칠 때, 부모가 자녀에게 잘못을 지적하고 바른 판단과 행동을 하도록 설득할 때에도 사용된다. 사실과 정보를 주고받는 것이 목적이므로 이 대화의 생명은 진실성 있는 내용에 있고,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바를 간단명료하게 전하는 것이 좋다.
이와 달리 관계지향적 대화는 대화를 통해 서로 친해지고 인간적인 신뢰가 커지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려면 내 입장이 아니라 상대방 입장에 서서 상대의 마음을 헤아려주고, 상대를 인정하거나 격려하는 대화가 적합하다. 예를 들어 "그랬다면 몹시 속상했겠다"와 같은 공감이나 "너는 어쩜 그렇게 친절하니?"와 같은 칭찬인정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두 가지 대화가 상황에 맞지 않게 사용되거나 두 사람이 서로 다른 대화를 원하면 대화는 단절되고 관계에 벽이 생기게 된다. 한 사람은 관계지향적 대화를 원하는데, 다른 한 사람은 사실지향적 대화로 반응하는 경우가 일상적으로 일어난다. 상대가 지금 어떤 대화를 원하는지를 잘 헤아려 그에 맞게 반응하는 것이 소통으로 가는 길이다. 다음 사례를 살펴보자.
# 2교시 쉬는 시간. 급한 공문을 처리하고 있는데 반 아이 하나가 찾아왔다.
학생: ①(표정을 찡그리며, 조심스럽게) 저… 선생님. 조퇴 좀 시켜주세요.
교사: ①(일을 하다 돌아보며) 왜?
학생: ②몸살이 난 것 같아서요.
교사: ②그래? 그렇지만, 오전도 안 보내고 조퇴하는 건 좀 그렇잖아. 4교시 마치고 가.
학생: ③그래도 좀 보내주세요. 앉아있기도 힘들어요.
교사: ③그럼 한 시간만이라도 참아보고 다음 시간에 다시 내려 와봐.
통 선생 코멘트
위 사례에서 학생의 말 ①~③은 표면적으로 보면 '조퇴를 허락해 주세요'라고 요청하는 사실지향적 대화이다. 그러나 학생의 내면을 보면 지금 몸이 아프고 마음이 불편하다. 그래서 '조퇴가 필요하다'는 정보를 전하는 것 외에도 힘든 상태를 헤아려 달라는 관계지향적인 반응에 대한 기대가 깔려있다. 그러나 교사 ①~③의 반응은 사실지향적인 대화로 일관하고 있다. 이 대화는 아이의 마음을 닫게 하고, 관계를 멀어지게 한다. 만약 교사가 학생 입장에 서서 관계지향적인 대화로 반응한 후, 교사 입장에 서서 말하고 싶은 바를 전하면 아이 마음은 열리고 두 사람의 관계는 더 좋아지면서도 교사의 입장도 잘 전할 수 있다.
# 이렇게 해보세요!
학생: ①(표정을 찡그리며, 조심스럽게) 저… 선생님. 조퇴 좀 시켜주세요.
교사: ①(일을 하다 돌아보며) 표정을 보니 뭔가 불편한가 보구나.
학생: ②네. 몸살이 난 것 같아서요.
교사: ②그래? 그럼 몹시 아프고 견디기 힘들겠구나. 네가 어지간하면 수업만큼은 빠지려 하지 않을텐데, 참아보려 해도 도저히 참기 힘들만큼 몸이 불편하단 얘기구나.
학생: ③(표정이 펴지며) 네. 선생님. 참아보려 했지만 도저히….
교사: ③그래. 나도 그런 널 보니 보내주고 싶은 마음이 크구나. 그런데 오전에 조퇴하는 건 좀 그런데, 혹시 조금만 더 참아보다가 점심시간에 조퇴하면 어떨까?
김창오 한상담학회 회장· 울산 신일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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