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6일 모처럼 자신의 지역구인 대구 달성군을 찾았다. 정치권의 관심은 온통 박 위원장이 4ㆍ11 총선 출마와 관련한 입장을 밝힐지에 모아졌다. 당에선 전날 "비대위원장이 아닌 지역구 의원으로서의 방문"이라고 말하면서 박 위원장의 결단이 임박한 듯한 분위기를 잡아 놓은 터였다.
그러나 박 위원장은 이날 지역 당원 60여명과 오찬을 함께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번 주 안에 결정하겠다"며 입장 발표를 일단 유보했다. 그는 "오늘은 당원과 당직자 여러분의 의견을 충분히 들었다"면서 "우리 달성군민 여러분들이 각계각층의 의견을 잘 듣고 모아서 저에게 전달해 주면 빠른 시일 내에 결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총선 출마 문제를 지역구 주민들과 함께 상의해 결정한다는 모양새를 취함으로써 그간 자신을 지지해 준 유권자들에게 최대한 예의를 갖추려 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박 위원장은 출마 여부를 고심하게 된 배경과 관련해 "비대위원장을 맡아 책임이 막중한 데다 당 쇄신도 하면서 총선도 잘 치러야 하기 때문에 여러 생각을 하면서 고민해 왔다"고 말해 달성에서 다시 출마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음을 시사했다. 이날 오찬에서도 '박 위원장이 달성에 출마하지 않으면 서운하겠지만 지역 걱정은 하지 말고 큰 뜻을 펼치기 바란다'고 당부한 당원들이 다수였다. 이에 박 위원장은 '잘 알겠다.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박 위원장은 수도권 등으로 지역구를 옮길 가능성을 일찌감치 배제한 상태다. 결국 박 위원장의 선택지는 총선에 아예 불출마하는 방안과 비례대표 후보 뒷번호를 받아 배수진을 치는 방안 등 두 가지가 남는다. 박 위원장의 측근들은 "박 위원장이 정치적 고비 때마다 원칙에 입각해 깔끔한 선택을 해 온 만큼 당의 쇄신과 총선 승리를 위해 총선 불출마를 택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고 있다.
박 위원장은 이르면 7일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한 최종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박 위원장이 실제 총선 불출마 선언을 통해 과감한 기득권 버리기 행보를 한다면 당내엔 공천 물갈이 태풍이 불 가능성이 크다. 대구 등 영남 지역의 중진 의원들은 직격탄을 맞게 되고, 이명박 정부 핵심 실세들도 바짝 긴장해야 할 처지가 될 것이다.
대구=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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