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시리아 제재결의안 채택이 무산되자 미국이 시리아 주재 미국 대사관을 폐쇄하고 시리아 해법을 위한 새로운 국제연대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결의안을 무산시킨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비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가운데 시리아에서는 유혈 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미국은 안보리 결의안이 무산된 지 이틀 만인 6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 있는 미국 대사관을 폐쇄하고 로버트 포드 대사 등 직원을 모두 철수시켰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미국의 조치는 지난해 3월 시리아에서 유혈사태가 발생한 후 취한 가장 단호한 행동으로 받아들여진다. 미국은 지난달에도 시리아 정부가 미 대사관에 대한 보호조치를 강화하지 않으면 대사관을 폐쇄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미국은 러시아가 상임이사국으로 있는 한 안보리를 통한 시리아 개입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국제연대를 제안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5일 “안보리가 힘을 잃은 지금 유엔 바깥에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연대를 결성해 시리아 반정부군인 자유시리아군을 지원하자는 것이 제안의 핵심이다. 미국은 그러나 리비아 사태 때처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의 개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외부의 군사개입 없이 시리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반체제 인사들로 구성된 시리아국가위원회(SNC)의 라드완 지아데는 “국제 사회의 움직임을 이끌 연맹체가 조성돼야 한다”며 미국의 제안을 환영했다. 독일과 프랑스도 국제연락그룹을 제안하는 등 유엔을 벗어난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미 공화당 대선 주자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TV에 출연해 “아사드 정권을 축출하기 위해 비밀작전도 불사해야 한다”는 강경발언을 했다.
그러나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6일 “유엔 표결에 관한 서방의 발언 중 일부는 꼴사납고 히스테릭하다”고 비판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전날 언론보도문을 통해 “시리아 무장반군에 대한 제재 내용이 없어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해명했다. 외무부는 또 “시리아 안정을 위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미하일 프라드코프 대외정보국(SVR) 국장이 7일 다마스쿠스를 방문해 시리아 대통령을 만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비아의 시리아 야권 지지자들이 수도 트리폴리의 러시아 대사관에 난입하는 등 러시아에 대한 비난은 계속되고 있다. 인테르팍스통신은 시위대 200여명이 5일 대사관 앞에서 반(反) 러시아 구호를 외치고 지붕으로 올라가 감시 카메라를 훼손한 뒤 국기를 찢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리비아 정부에 강력 항의했다”고 밝혔다.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도 수백 명이 러시아와 중국 국기를 불태우고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의 초상화를 짓밟았다. 요르단에서는 러시아 및 중국 상품 불매운동을 벌였다.
시리아에서는 6일도 유혈진압이 계속돼 최소 44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부상했다. AFP통신은 정부군이 헬기를 동원해 반정부 거점 홈스를 폭격했다고 전했다. 한편 시리아군 망명자 중 최고위급인 무스타파 알셰이크는 아사드 정권이 이달 중 무너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시리아 군인이 계속 탈영해 잔류 군인들이 전의를 상실했다”며 “한 달도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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