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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박근혜를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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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박근혜를 위한 변명

입력
2012.02.06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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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구 한나라당)이 이상하다.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공추위) 구성을 둘러싼 논란도 그렇고 당명 개정을 둘러싼 당내외의 논란 양상도 정도를 넘어서 있다.

"새누리당이란 당명에 무슨 이념이 담겨 있는지 알 수 없다. 한나라당은 이념 부재, 정체불명의 개명으로 수백만 표를 잃을 것이다"라는 조갑제류의 터무니 없는 비판에 일일이 대응할 이유는 없다. 그렇게 따지면 한나라당은 새누리당과 차별화되는 무슨 대단한 이념과 정체성을 담보했던가. 문제는 이를 계기로 기다렸다는 듯이 쏟아지고 있는 박근혜 리더십에 대한 심상치 않은 공격양상이다. 보수세력은 기어이 박근혜를 버리려는 것인가. 혹 정권을 빼앗길 것이 두려워 패닉에 빠진 나머지 새로운 대안 모색이라는 가망없는 승부에 본격적으로 나서려는 것은 아닌가.

사람들과 만나서 듣는 얘기들 중에서도 억울한 사연, 민원관련 사안은 꼭 메모를 했다 나중에 확인하는 것이 박근혜다. 박근혜의 수첩은 민원수첩이고 여론수첩이다. 그런 수첩을 언론은 과외수첩으로 묘사했다. 수첩없이는 5분도 자기 얘기를 못하는 사람으로. 그리하여 콘텐츠없이 이미지만으로 정치하는 사람으로 매도했다. 박근혜는 그렇게 붙여진 '수첩공주'라는 별명을 "국민의 뜻을 듣는 정치인으로 봐줘서 고맙다"고 하고 넘어갔지만, 콘텐츠없는 이미지 정치인이란 부정적 이미지는 여전히 남아있다.

박근혜는 1년 넘게 세종시 원안고수 싸움을 했다. 상대가 이명박대통령, 정운찬총리, 그리고 이재오의원이 이끄는 100여명에 달하는 주류 의원들과 서울·수도권에 기반을 둔 보수세력들이었으므로 가히 목숨을 건 전면전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근혜는 이 싸움에서 완승을 거뒀고, 원칙과 신뢰를 지켰다. 충청권의 지지는 이렇게 해서 얻게 된 것이다.

이런 박근혜를 언론은 이명박정부 내내 한 일도 없고 나서지도 않다가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만 움직인 소극적 정치인으로 규정했다. 정치생명을 걸어도 이런 평가만 돌아온다면 박근혜는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원래 일정이 이랬을 리 없다. 누구의 눈에도 참패가 예견되는 선거를 앞두고 총대를 매는 전략을 짰다면 이런 한심한 전략에 따라 움직이는 박근혜야말로 천하의 바보다. 박근혜가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최전선에 나선 것은 그로서도 어쩌지 못한 상황전개의 결과다. 홍준표가 그토록 허무하게 무너질 줄 알았다면 7ㆍ4전당대회에서 친박이 홍준표를 대표로 만들었을 리가 없지 않겠는가 말이다.

삼고초려보다 더한 절박한 요청과 만장일치의 추대가 박근혜가 비대위원장을 맡게 되기까지의 정치정황이었음은 다 잘 아는 바이다. 그러므로 박근혜가 주도한 비대위원 인선과 비대위원들의 '구당활동'에 대해 사사건건 시비를 건 집단이 있다면 이들이야말로 '면종복배'를 하고 있거나, 박근혜를 올려놓고 흔들어 떨어뜨리려는 치졸한 전략을 갖고 움직이는 자들일 가능성이 많다. 당명개정을 둘러싼 극우세력의 '궐기'를 정략적 움직임으로 규정하는 이유다.

지난 두 달간의 비대위 활동에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공추위원 사퇴파동에서는 지나치게 보안을 중시하고 검증을 소홀히 한 박근혜 인사 스타일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고 당명개정 논란에서는 상업광고의 전문가일 뿐인 사람의 전문성에 정치광고의 전문성을 해소시키고 만 박근혜의 기능주의 리더십의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문제제기에 앞서 먼저 보아야 하는 것은 한나라당과 범여권이 직면한 총체적 위기상황을 버티고 있는 박근혜의 단단함이다.

옥석을 가리는 것이 중요하듯 공ㆍ과의 경중을 가리는 것 또한 중요하다. '길 위에서 길을 묻듯' 박근혜 리더십의 한계를 지적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다만 그 질문은 함께 길을 간다는 전제가 공유될 때 진정성을 가질 것이다. 이 진정성을 다시 돌아보지 않으면 안되는 새누리당의 복잡한 상황이야말로 박근혜가 직면한 위기의 본질이다.

고성국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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