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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프라이버시 존중 없는 야만의 사이버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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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프라이버시 존중 없는 야만의 사이버 공간

입력
2012.02.06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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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차별 신상털기가 인터넷 상에서 유행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신상털기란 네티즌들이 인터넷을 통해 특정 행동을 한 개인의 사생활 정보를 파악해 그것을 인터넷에 모두 공개하는 행위를 말한다. 원래 사회의 평균적이고 일반적인 기준에서 용인될 수 없는 행위를 한 사람에게 해당되던 신상털기의 타깃이 유명 연예인이나 정치인과 같이 사회의 주목받는 인물들로 점점 확대되어 갔다. 그러나 이젠 이름, 아이디, 메일주소 정도의 정보만 주어지면 누구든 가족관계, 학교정보, 취미, 주된 구매 물건, 그동안 기록한 글 등 다양한 개인정보와 사생활이 낱낱이 공개될 수 있다.

빛의 속도로 진화하는 IT기술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일상화, 검색엔진의 발달로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어떻게 존중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할 것이 아니라, 과연 이제 그것이 존재하기나 하는 것인가를 논해야 할 지경에 이르게 된 것 같다.

또한 잘못된 정보가 유포될 가능성도 없지 않은데, 만일 그렇다 하더라도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에 대한 성찰이나 판단 없이 즉흥적이고 무차별적 마녀사냥식 단죄와 비난이 더해지고 있어 그 파급효과는 실로 파괴적이다.

게다가 사회적으로 주목 받는 인물들을 온라인 공간에 올려놓고 무차별적으로 단죄하는 신상털기가 하나의 '놀이'가 되어 확산되고 있다니 이것은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 예로 최근 이대통령 외손녀 패딩점퍼가격논란 및 공지영샤넬백 등의 신상털기가 문제가 되고 있다. 놀이와 폭력은 분명히 구분된다. 놀이는 합의에 의한 규칙을 전제로 하며 쌍방의 교감이 필수적인 유희이다. 우리가 목숨 걸고 사자와 싸워야만 했던 노예검투사를 보며 즐거워하는 로마시민이나 자신들은 위안을 받았는지 모르지만 전혀 위안을 주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종군위안부를 강제로 끌로 다니던 일본군을 '놀이'에 참여한 개구쟁이가 아니라 야만적인 만행을 저지른 자들이라고 비난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무차별 신상털기도 이러한 야만적 행위와 다를 바가 하나도 없다. 과연 이것이 길거리를 지나는 어느 예쁜 여성의 속살이 궁금하다고 백주대낮에 함부로 옷을 찢어 헤집어 드러내는 것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스스로 보여주고자, 알려주고자 한 것이 아닌 개인정보와 삶의 모습을 만천하에 공개해버리는 것은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결단코 놀이가 될 수 없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사회에서 소외된 계층, 혹은 자존감이 낮은 이들이 사이버 공간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는 측면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타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신상털기는 이 정도로 가볍게 여길 문제가 아니라 엄연한 폭력이고 범죄행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프라이버시는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이 충돌할 때 비로소 제기되는 개념이다. 다시 말해 타인과 공유하는 공적영역과 구분해 자신만의 생활을 위한 공간을 확보하고, 자기만의 고유의 것을 누구와 어느 정도까지 공유할 것인지 스스로 결정할 자유, 또 어떤 가치관이나 삶의 양식을 스스로 선택할 자유가 프라이버시인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프라이버시의 존중은 다른 말로 표현하면 자유에 대한 존중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흔히 다른 사람의 삶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개인적 삶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유와 그에 따르는 책임을 민주시민사회의 기본 요소라고 한다. 그렇다면 인터넷 신상털기를 가능케 하는 '사이버 수사대', '코찰청'(디시인사이드 코미디 갤러리+ 경찰청), '코정원'(코미디 갤러리+ 국정원)이란 별칭까지 얻으며 인기를 누리고 있는 특정 인터넷 사이트나 '코글'(코미디 갤러리+ 구글)이라는 신상털기 전용 검색엔진을 갖춘 구글은 우리의 민주시민사회의 근간을 흔드는 매우 위험한 존재가 아닐까.

사실 인터넷 검색엔진에 대한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은 그동안 끊임없이 지속되어 왔고, 실제로 구글은 지난달 16일 사생활 침해와 반독점법 위배 혐의로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무차별 신상털기에 대한 공식적 법적 제제는 요원할 따름이다. 따라서 인터넷을 삶의 일부로 소유하고 있는 우리 각자가 가장 진화된 인류문명이 야만적 공간으로 추락하지 않도록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만 할 것이다.

유영옥 경기대 국제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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