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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진출 위해 2,3년씩 현지체류'는 옛말…K팝 해외진출의 공식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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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진출 위해 2,3년씩 현지체류'는 옛말…K팝 해외진출의 공식이 바뀐다

입력
2012.02.06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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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화제를 모은 걸그룹 소녀시대의 미국 ABC방송 '라이브! 위드켈리'와 CBS '데이비드 레터맨 쇼' 출연은 여러모로 상징적이다. 소녀시대는 미국 토크쇼 시청률 5위권에 드는 두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 주류 음악시장 진출을 타진함과 동시에 1,000만 이상의 시청자와 만나게 됐다. 보다 직접적이고, 보다 공격적으로 미국 시장을 두드리게 된 것이다.

K팝 열풍이 국내 아이돌 그룹의 해외 진출 방식까지 바꾸고 있다. 미국 진출을 위해 현지에서 2,3년의 시간을 쏟아 붓는 식의 비경제적인 방식을 탈피하고 있다. 아시아와 국내 시장을 별개무대로 놓고 활동했던 것도 이젠 낡은 방식이 되고 있다. 시행착오를 거듭했던 국내 주요 기획사들의 해외 마케팅 방식이 K팝 열풍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더욱 체계화되고 다각화하고 있다.

소녀시대의 이번 미국 프로모션 일정은 단 7일이었다. 원더걸스, 보아, 세븐 등이 2,3년간 미국에 체류하며 현지 시장을 공략하다 실패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소녀시대의 TV 출연은 당장의 성공을 의미하진 않지만 현지 진출에 매우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은 확실하다. SM엔터테인먼트의 김은아 홍보팀장은 "미국지사인 SM USA가 소녀시대의 유튜브 조회수,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뉴욕, 프랑스 파리, 아시아 투어 공연 자료 등을 토대로 미국 유력 레이블과 접촉하는 등 지속적인 노력을 해왔다"고 말했다. 소녀시대는 유명 프로듀서 테디 라일리를 기용해 앨범을 제작하고, 지난해 SM타운의 뉴욕 공연에 현지 프로모터와 방송 관계자들을 초청했었다. 공격적 활동을 통해 해외 직접 진출의 초석을 이미 닦은 셈이다.

2NE1도 소녀시대가 걸어간 길을 가려하고 있다. 미국 유명 팝그룹 블랙 아이드 피스의 윌아이엠과 함께 10곡을 녹음한 2NE1은 조만간 현지 레이블과 계약해 앨범을 발매할 예정이다. 2NE1은 미국 MTV의 음악 네트워크 중 하나인 MTV 이기(Iggy)가 뽑은 유망주에 드는 등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YG엔터테인먼트의 황민희 홍보팀장은 "아직은 현지에 정착하기보다는 아이튠즈, 유튜브 그리고 콘서트 등의 방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SM은 신인 남성 아이돌 그룹 EXO-K와 EXO-M을 각각 국내와 중국어권에 동시에 내놓으며 아시아 시장 공략에 새로운 전략을 선보였다. 6인조로 구성될 예정인 두 팀은 같은 곡과 같은 안무로 서로 다른 지역의 팬들을 공략한다. EXO-M은 중국계 멤버가 주축이 될 전망이다. 김은아 팀장은 "2005년 설립한 SM 차이나가 현지에서 오디션을 진행해 아시아에서 스타가 될 만한 신인을 뽑았고, 중국 유명 포털을 적극 활용해 홍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DSP미디어는 카라의 일본 활동을 통해 쌓은 노하우로 5인조 신인 여성 그룹 DSP걸즈(가칭)를 일본에서 먼저 데뷔시킨 뒤 바로 국내에 소개할 예정이다. 음악이 아닌 애니메이션으로 데뷔식을 치르는 것도 이채롭다. 실사 애니메이션 '프리티 리듬, 디어 마이 퓨처'에서 DSP걸즈는 일본 유명 음반 레이블 에이벡스 소속 여성 그룹 프리즘과 라이벌 경쟁을 펼친다. 4월 TV도쿄에서 방송되고 이후 국내에서 방송될 예정. DSP미디어 측은 "일본은 시장 자체가 다르고 문화도 다르기 때문에 현지에 맞는 방식을 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K팝의 공격적인 해외 진출은 당분간 가속화될 전망이다. EXO-M이나 DSP걸즈 외에도 국내와 아시아시장을 동시에 겨냥해 데뷔하는 아이돌 그룹이 적잖이 대기 중이다. 대중음악평론가 강태규씨는 "소녀시대의 미국 진출은 홍보력을 갖춘 회사를 통해 이뤄져 다른 어떤 아이돌 그룹보다 유리하지만 인종과 언어의 벽을 어떻게 뛰어넘을 것인가가 숙제"라면서 "신인 아이돌 그룹을 해외에 동시에 데뷔시키는 것은 현지화를 빨리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이점이 많지만 그만큼 위험 부담도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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