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제조공정에서 벤젠 등 발암물질 발생 사실이 공식 확인됐다. 발암물질 미검출이라는 기존의 삼성전자 조사 결과를 뒤집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안전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백혈병 근로자의 보상 문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6일 삼성전자 하이닉스 페어차일드 등 반도체 공장 3개사의 작업환경을 2009년부터 3년 동안 정밀 연구한 결과, 발암물질인 벤젠 포름알데히드 비소 등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2007년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한 근로자가 백혈병으로 사망하면서 산업안전보건연구원(2007년)과 삼성전자(2011년)가 각각 근무 환경 역학조사를 벌였지만 벤젠과 포름알데히드 등 발암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결론을 냈었다.
이번 조사에서 백혈병 유발인자인 벤젠은 조립라인에서 최고 0.0099ppm 검출됐다. 작업장 노출 기준(1ppm)에는 못 미치지만 환경부의 대기 중 벤젠 노출 기준(1.5ppb)의 6배가 넘는 수치다. 포름알데히드 역시 조립라인에서 자연환경수준(0.001~0.005ppm)보다 높은 0.002~0.015ppm, 가공라인에서는 이보다 낮은 0.001~0.004ppm이 검출됐다.
폐암 유발인자인 비소는 일부 가공라인의 이온주입 공정에서 노출기준(0.01㎎/㎥)을 6배나 초과하는 0.061㎎/㎥까지 검출됐다.
연구원 측은 "벤젠과 포름알데히드 검출량은 근로자가 하루 8시간씩 평생 노출되어도 암이 걸리지 않는 수준"이라고 말했지만 비소와 관련해서는 "이온주입 공정의 유지·보수작업을 수행하는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경우 노출위험이 커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정선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원장은 "조립공장에서 사용하는 수지가 고온(180도)에서 분해되면서 그 부산물로 벤젠 등 발암물질이 발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는 "국소 환기장치 보완 등 시설을 개선하고, 발암 물질을 부산물로 발생시키는 유기화합물을 안전한 물질로 대체하는 등 반도체 기업에 시정조치를 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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