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재단(가칭) 이사회가 어제 구성됐다. 박영숙 한국여성재단 고문이 이사장을 맡고 고성천 삼일회계법인 부대표, 김영 ㈜사이넥스 대표, 윤연수 KAIST 교수, 윤정숙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박 이사장이 평생 여성, 환경문제에 천착해온 대표적 운동가이고 다른 이사들도 자기 분야의 전문가들이어서 이사진 구성은 잘됐다고 볼 수 있다.
안 원장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기회의 격차 해소, 수혜자가 기부자가 되는 선순환구조, 수평적 나눔 등 재단의 방향도 시대 흐름이나 사회적 요구와 맞닿아 있다. 기부 문화와 IT, 소셜 네트워크를 연결, 많은 사람들이 기부에 참여하도록 하겠다는 발상도 신선했다. 특히 "처음 제안자이고 기부자이지만 제 몫은 여기까지"라고 선을 그은 것도 적절했다.
이처럼 기부의 새로운 개념, 기부문화 확산의 새 모델 창안 등에 대해선 이론이 별로 없지만, 또 다른 관심사인 안 원장의 정치참여 문제는 예상대로 선문답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안 원장은 정치에 관한 질문은 하지 말아달라고 했지만, 향후 행보에 대해 "우리 사회의 발전적 변화에 어떤 역할을 하면 좋은 것인지 생각 중이다. 정치도 그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었다.
이사진 구성도 정치적으로 볼 대목이 있다. 박 이사장은 여성, 환경운동의 대모이기도 하지만 13대 때 평민당 국회의원을 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람이었다. 윤정숙 이사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끌던 아름다운재단에서 활동 중이며, 민주통합당 이목희 전 의원의 배우자다. 야권을 나름대로 염두에 둔 포석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궁극적으로 안 원장의 대선 출마 여부는 예단하기 힘들며, 아마 본인의 생각도 아침과 저녁이 다를 것이다. 다만 분명히 해야 할 점이 있다. 재단이 안 원장의 정치행보를 위해 활용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안 원장이 박 이사장에게 다짐했다는 "재단이 초심을 잃을 때 바로잡아달라"는 부탁이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기부를 통해 새 사회를 만드는 창의적 역할을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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