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프랑스에서 출간된 스테판 에셀의 <분노하라> 는 전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았다. 프랑스를 포함해 어느 사회나 직면하고 있는 높은 실업률, 빈부격차, 이주노동자 탄압 등 문제를 지적하며 저자는 1948년 제정된 '세계인권선언' 정신으로 되돌아가자고 촉구한다. 레지스탕스 출신이자 외교관을 지낸 저자는 34쪽의 짧은 책에서 단 한 줄의 정치 이념이나 경제 이론을 쓰지 않고, 이 시대 회복해야 할 가치들을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역설한다. 이처럼 탈이념적, 탈정치적 관점에서 상식과 정의를 요구하는 지식인의 태도에 대중은 깊은 공감을 표시했고, 프랑스를 넘어 전세계적으로 '분노 신드롬'을 일으켰다. 분노하라>
세계인권선언문을 소개한 <인권을 찾아서> (한울아카데미 발행)를 펴낸 조효제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6일 "이 책은 <분노하라> 에 대한 오마주"라고 말했다. "좌파 지식인이 현재 사회 문제의 처방으로 신자유주의나 자본주의 반대 투쟁이 아니라, 세계인권선언 정신으로 돌아가자고 말하고 있습니다. 인권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에셀의 말에 응답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분노하라> 인권을>
조 교수는 이 책에서 세계인권선언의 각 조항을 우리말로 해석하며 인권 관련 담론을 정리한다. 인권선언이 지향하는 가치와 선언문의 의미를 짚어보는 과정에서 독자 스스로 우리 현실에 맞는 인권을 생각하게 하자는 취지다. 책은 세계인권선언을 사회적 시선으로 풀이한 최초의 개론서다. 민주화 이후 국내 인권의식이 높아졌지만, 인권을 논하는 지식인 대다수가 법학자인 까닭에 대중은 딱딱한 법률용어로 인권을 이해해야 했다. 조 교수는 제정된 지 60년이 넘는 선언문의 정치, 사회적 맥락을 소개하며 원문을 구어체로 해석한다. 그는 "최근 영미에서도 인권선언문을 쉽고 친숙하게 접할 수 있도록 오늘날의 화법으로 고치는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책에서 '세계인권선언의 텍스트 전체를 통으로, 유기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종합적인 안목을 키우라'고 강조한다. 예컨대 서울시 학생인권조례가 논란이 되는 이유 중 하나가 '권리는 의무를 발생시킨다'는 인권선언문의 주요 내용을 간과한 점이라고 지적한다. "내 인권을 보장받으려면 타인의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걸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합니다. 학교 폭력 문제는 타인의 인권을 지켜줘야 한다는 '의무'가 망각된 현상이죠. 인권조례에 찬성하는 사람일수록 학생들에게 인권의 양면성을 알려줘야 합니다. 세계인권선언문은 28~30조에 인권의 의무, 제한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미 인권에 관한 갈등 상황을 예견했다는 거죠."
조 교수는 "우리 국민의 인권의식은 같은 경제 수준의 나라들보다 높다"며 정부의 인식 변화를 주문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당시 사회 '선진화'를 들고 나왔는데, 표현의 자유 제약을 비롯해서 검찰권 남용, 국가정보원의 인터넷 감청 등 절대적 수준에서 인권이 퇴보했습니다. 인본주의 문화가 통해야 선진화된 사회 아닌가요? 최근 학계와 시민사회에서 세계인권선언문을 다시 읽자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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