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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팬 서비스, 눈높이에 맞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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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팬 서비스, 눈높이에 맞게

입력
2012.02.06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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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프로야구는 화두가 풍성하다. 메이저리그 통산 124승의 박찬호(한화)가 불혹의 나이에 국내 프로야구를 위한 마지막 봉사에 나섰고, 아시아 홈런왕 이승엽(삼성), 전 메이저리거 김병현(넥센) 등 별들이 국내 무대에 서기 때문이다. 지난 해 600만 관중을 돌파한 프로야구는 올시즌 기대치를 한껏 높여 800만 관중 동원을 목표로 잡고 있다.

스타들의 복귀로 경기력의 질적 향상은 물론 볼거리도 늘어날 게 분명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나 그라운드의 선수들은 무작정 800만 관중을 기대하지 말고 다양한 팬 서비스와 마케팅에 적극 동참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팬들은 시원한 홈런이나 그림 같은 수비를 보기 위해 그라운드를 찾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선수가 던져준 공 하나, 직접 해준 사인, 좋아하는 우상과 사진 찍기 등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 해 메이저리그에서 일어난 사고 하나는 국내 구단 프런트와 선수들이 반면교사로 삼을 만 하다. 지난 해 7월8일 쿠퍼 스톤은 소방관 아버지와 함께 텍사스 레인저스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경기가 열리는 볼파크를 찾았다. 아버지 섀넌 스톤은 생애 처음으로 야구장을 찾은 아들에게 추억을 선물하고 싶어 글러브를 사주고,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조시 해밀턴의 유니폼을 입힌 뒤 해밀턴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외야석 맨 앞줄에 앉았다. 2회 말 레인저스 수비 때 파울 볼을 잡은 해밀턴은 팬 서비스의 일환으로 스톤 부자를 향해 공을 던져 줬다. 그러나 섀넌이 공을 잡으려고 난간 너머로 몸을 숙이는 순간 균형을 잃고 7m 아래 콘크리트 바닥에 추락해 숨지고 말았다. 충격을 받은 해밀턴은 나흘 간 결장했고, 이후 텍사스 구단은 선수들이 관중석에 공을 던져 주는 행위를 금지시켰다.

그러나 지난 해 연말, 사고를 당한 섀넌의 어머니 수잔 스톤이 텍사스 구단에 공을 던져주는 전통을 없애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했다. 수잔은 "야구장에서 경기 공을 잡는 것은 특별한 기억이다. 전통을 없애지 말아달라"면서 해밀턴에 대해서도 "나는 그가 계속해서 공을 던져줬으면 좋겠다. 아들의 경우는 단지 사고였을 뿐"이라고 말했다. 수잔은 "섀넌도 12살 때 텍사스 경기에 와서 아버지가 공을 잡아줬다. 섀넌은 그 공을 던져준 당시 3루수 버디 벨을 가장 좋아했고, 그의 우상이 됐다"며 계속 텍사스를 응원할 것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해밀턴이 다시 팬들에게 공을 던져주기로 했음은 물론이다.

국내 프로야구도 예전에 비해 팬 서비스가 많이 나아지긴 했다. '박찬호 키즈'가 박찬호와 같이 그라운드에서 함께 뛰는 올해 8개 구단 프런트와 선수들은 최대한의 팬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팬들은 경기도 경기지만 평생 간직할 추억을 만들기 위해 가족, 연인과 함께 그라운드를 찾는다. 단순히 추첨을 통해 경품을 나줘 주거나 입장권을 할인해 주는 선에서 역할을 다했다고 만족해서는 안된다. 그런 측면에서 문학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SK 와이번스 구단이 의욕적이다. 외야 뒤쪽에 잔디를 조성해 가족 단위나 단체 팬들을 끌어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들의 작은 관심과 희생이다. 몇 시간에 걸쳐 경기를 끝낸 선수들은 파김치가 됐을 수도 있지만 경기가 끝나도 선수 얼굴 한번, 손 한번 잡아보거나 사인 한 장 받으려고 기다리는 팬들을 그냥 지나치지는 말자. 몸은 힘들겠지만 스타 선수들이 해주는 사인 한 장은 그들에게 보물이 될 수도, 가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인 하나, 사진 한 장이 '제3의 박찬호'를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프로야구를 더욱 중흥시키는 데는 구단, 선수, 팬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이인삼각 경주처럼 호흡을 함께 하며 달려가는 수 밖에 없다. 프로야구가 개막하는 4월7일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여동은 스포츠부장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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