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PC 아이패드(사진)는 애플의 대표작입니다. 아이폰과 함께 IT업계에 '애플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핵심 제품이지요. 그런데 애플이 중국에서 아이패드를 아이패드라 부를 수 없고, 심지어 벌금까지 물어야 하는 황당한 처지에 놓였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대만의 IT기업 프로뷰 테크놀로지는 2000년부터 4년에 걸쳐 중국을 비롯해 유럽연합(EU), 멕시코,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그리고 우리나라에서까지 '아이패드(IPAD)'란 상표권을 등록했습니다. 애플은 아이패드를 개발한 이후 이런 사실을 알고 이 대만업체로부터 3만5,000파운드를 주고 상표권을 사들였지요.
문제는 이 상표권 계약에 중국이 빠져있었던 겁니다. 중국 내 상표권은 대만업체의 중국법인(선전 프로뷰 테크놀로지)이 그대로 갖고 있었던 것이지요.
애플은 지난 2010년4월 아이패드를 중국시장에 출시하면서 중국법원에 상표권 소유를 인정해달라는 소송을 냈지만 지난해 12월 패소했습니다. 중국 내 상표권은 모기업이 아닌 중국법인의 것이라는 게 판결 이유였습니다. 애플은 즉각 항소한 상태입니다.
선전 프로뷰 테크놀로지는 모기업의 계약에 전혀 관계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자신들이 보유한 아이패드 상표권을 침해 당했다며 애플을 베이징시 시청구 공상국에 신고했지요. 공상국은 현재 애플의 상표권 위반 혐의에 대해 조사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중국 언론들은 당국의 조사가 끝나면 애플이 최소 수억위안의 벌금을 내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선전 프로뷰 테크놀로지가 다른 지역으로 법적 대응을 확대해간다면 벌금규모는 더욱 불어날 수도 있지요. 애플의 항소가 받아들여진다면 문제가 해결되겠지만, '애국'성향이 강한 중국 법원이 1심 판결을 뒤집고 애플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이제 애플에게 남은 선택은 아이패드가 아닌 다름 이름을 쓰거나, 중국업체로부터 상표권을 매입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애플이 아이패드 브랜드를 포기할 리는 없고, 결국 돈을 주고 상표권을 사는 수 밖에 없어 보입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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