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독일에서 열린 제48차 뮌헨안보회의에서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이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이 예정보다 1년 앞서 2013년 전투임무를 종료한다고 발표하자 NATO 동맹국들은 분노했다. 자국군의 철수와 관련된 전략의 수정을 불과 이틀 전, 그것도 언론보도를 통해 알았기 때문이다. 패네타는 유럽 행 기내에서 취재진에 이 사실을 먼저 공개했다. 협의없이 나온 발표로 NATO와 미국 사이에 이견이 있다는 의혹까지 나오자 할 수 없이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이 진화에 나서야 했다.
취임 7개월을 맞은 패네타가 구설에 오른 것은 이것만이 아니다. 지난 주에는 "이스라엘이 이란을 4월이나 5월 또는 6월에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며 선제공격을 기정사실화 하는 깜짝 발언을 했다. 또 "파키스탄이 오사마 빈 라덴의 은신처를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해 양국 관계를 더욱 불편하게 만들었다. 지난해 12월에는 중동평화 회담의 지연을 언급하며 "문제는 이스라엘이 빌어먹을 협상 테이블에 앉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말해 친 이스라엘 의원들의 공격을 받았다.
미 의회전문지 더 힐은 5일 '솔직한 패네타가 오바마에게 두통을 안겨주다'는 기사에서 "패네타는 종종 마음에 담긴 말을 직설적으로 얘기하는 스타일"이라고 소개했다. 정치평론가 마크 휘팅턴은 기고문에서 "패네타가 불편한 진실을 공개하는 '워싱턴식 실수'를 하고 있다"며 오히려 긍정 평가했다. 의회 관계자도 "그의 솔직한 반응이 아무 것도 말하지 않던 로버트 게이츠 전 장관과 비교할 때 신선하다"고 했다.
전직 관료는 "그와 함께 일한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패네타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일을 하지만 선을 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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