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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비키니 시위'를 보는 눈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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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비키니 시위'를 보는 눈이 문제다

입력
2012.02.05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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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고, 유쾌하고, 화끈하게 표현하고 싶었다." 지난달 20일 정봉주 전 의원 구명 사이트인 '나와라 정봉주 국민본부'에 비키니 시위 사진을 처음 올린 여성이 밝힌 취지다. 여기 동참하고 나선 MBC 이보경 기자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지난 3일 비키니를 입은 자신의 사진을 트위터에 올린 그는 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모든 성인은 자기 몸을 자유로이 이용해 표현할 권리가 있다. 눈길을 끄는 데도 효과 만점"이라고 말했다.

이 사이트에는 몸 시위 사진들이 잇따르고 있다. 브래지어 차림, 맨 살을 드러낸 허리 등 여성의 신체 부위에 구호를 적은 사진들이다. 이들 사진은 단연 '인기'다. 400건이 넘는 각양각색의 1인 시위 사진들 중 이들은 조횟수 2만~5만여 건으로 다른 사진들의 수십배 이상이다. 이런 사진을 올린 이들의 의도는 아마 비슷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몸은 이들의 취지대로 단순하게 해석되지 않는다. 이미 '나는 꼼수다' 멤버들의 반응이 이를 보여주지 않았나. "대박 멋지다. 아, (끈을) 풀어주고 싶다", "봉도사님 이거 보시면 흥분하실 텐데 큰일이다. 약발도 안 서시면" 등등 사진에 달린 댓글도 마찬가지다. 사진에 아무리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담았더라도 여성을 성적인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시선이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다.

앞장서서 시위 여성들의 몸을 구속된 남성 정치인의 '갇힌 성욕'을 위무하는 도구로 깎아내린 건 나꼼수 멤버들이다. 정치적으로는 나꼼수와 견해가 크게 다르지 않을 여성단체 관계자들조차 "배웠다는 남자들, 진보라고 생각했던 남자들조차 이 지경이니"라고 혀를 차는 건 그래서다.

김어준 총수는 여성들의 이런 불편함을 "60년대 사고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은 그의 양성평등 의식이 6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 아닐까. "나 역시 가해자집단(남성)에 속하기에 여성의 피해의식을 제대로 이해할 자신이 없다. 남성들은 이번 논란을 계기로 자기 몸 안의 '마초성'을 함께 반성했으면 좋겠다"는 진중권씨의 고백이 차라리 '고맙게' 느껴진다.

김지은 사회부 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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