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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통인동 '이상의 집터' 주택 철거 논란/ "헐고 李箱 기념관 짓자" "80년된 한옥 보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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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통인동 '이상의 집터' 주택 철거 논란/ "헐고 李箱 기념관 짓자" "80년된 한옥 보존해야"

입력
2012.02.05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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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을 핑계로 80년 된 한옥을 허물다니요."

서울 종로구 통인동 154의10번지, 일제강점기 천재시인 이상(1910~1937)이 젊은 시절을 보낸 집터에 있어 '이상의 집'으로 알려진 한옥이 요즘 철거 논란으로 시끄럽다. 2009년 이 집을 매입한 후 '이상 기념ㆍ문화공간' 건립을 추진해 온 문화유산국민신탁과 재단법인 아름지기가 오는 4월 이 집을 철거하고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현대식 건물을 신축한다는 계획을 최근 확정했기 때문이다.

이상이 3세부터 23세까지 살았던 큰아버지의 집터에 있는 이 집은 2004년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적도 있다. 이상이 이사 간 후 새로 지어진 한옥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2008년 등록문화재에서 말소되긴 했지만, 동네 주민과 시민단체 등은 "이 한옥 철거는 개발 부작용이 더 큰 불필요한 철거"라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통인동, 효자동, 옥인동 등 경복궁 서쪽 지역의 역사를 보존하고 난개발을 막기 위한 주민 모임인 서촌주거공간연구회는 지난 4일 저녁 현장에서 철거 반대 대책회의를 가졌다. 이들은 "이 집은 이상의 생가 여부와 상관 없이 그 자체로 보존 가치가 있는 한옥"이라며 "이 한옥을 허물면 주변 한옥 개발도 급속히 빨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집 주변에는 10여 채의 한옥이 몰려 있지만 한옥보존지구가 아니기 때문에 집주인들이 철거해도 법적 제한이 없다.

서촌주거공간연구회는 "한옥을 보존하면서 이상 기념ㆍ문화공간으로 운영하는 방안도 있는데 왜 굳이 철거하느냐"는 것이다. 이들은 지난해 6월과 10월 서울환경운동연합, 평화네트워크 등 시민단체들과 함께 한옥 보존을 요청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문화유산국민신탁과 아름지기재단 측은 "대들보 대신 철재 빔이 박혀 있는 등 한옥이 많이 훼손된 상태라 보존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문화유산국민신탁 관계자는 "매입 당시부터 이상의 집터라는 의미를 살려 '이상 기념ㆍ문화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었다"며 "집 자체보다는 집터의 의미가 더 중요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촌주거공간연구회는 "한옥 보존 의지가 있다면 전문가에게 자문하는 등 관련 절차를 밟을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연구회 소속 문화재 실측설계기술자인 황진하 볕터 대표는 "한옥 훼손 여부를 따질 때는 기본 구조틀이 남아있는지를 보는데 이상의 집터에 있는 한옥은 오래된 것치고는 크게 훼손된 편이 아니다"라며 "수리만으로도 보존ㆍ활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서울시 한옥문화과는 서촌주거공간연구회에 자료를 요청하는 등 현황 파악에 나섰다. 연구회는 "정기적 시위와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접촉을 통해 이 한옥 철거를 막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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