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5일 자신의 기부 재산을 관리할 '안철수재단(가칭)'의 이사장으로 박영숙(80) 전 한국여성재단 이사장을 내정했다. 박 전 이사장은 여성운동계 대모로 불렸고, 국회의원과 야당의 총재권한대행까지 지냈다. 최근 각계 전문가를 만나 '정치 과외'를 받은 안 원장이 기부재단 책임자로 정치인 출신을 영입하자 "정치 참여를 염두에 둔 포석"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안 원장은 6일 공익재단 설립과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박 전 이사장을 비롯한 4,5명의 재단 이사진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 측근은 "주변 여러 사람들의 추천을 받아 최근 안 원장이 박 전 이사장을 직접 만나 이사장직을 맡아달라고 부탁했다"고 전했다. 박 전 이사장은 "기회가 되면 힘을 보태고 싶다"면서 이사장직을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이 고향인 박 전 이사장은 1987년 평민당에 입당해 부총재와 총재권한대행까지 지냈다. 13대 총선 당시 평민당 전국구 1번을 맡아 정계에 입문하기 전에는 30여 년간 YMCA 등 시민사회 단체에서 여성ㆍ환경운동을 주도했다. 국민의정부에서 대통령 직속 지속가능발전위원장을 역임했으며 1999년 국내 최초의 시민사회 공익재단인 '한국여성재단'을 설립한 뒤에는 '100인 기부릴레이'를 주도했다. 박 전 이사장은 또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후보 캠프의 고문을 맡았다. 안 원장은 박 전 이사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미래포럼'(2004년 창립)에 발기인으로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부재단에는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과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자 등 지인들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져 기부재단이 안 원장의 '정치적 베이스캠프'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안 원장 측은 "박 전 이사장은 기부재단 운영에만 관여할 것"이라며 "재단의 설립과 추진이 정치적으로 해석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안 원장은 민주통합당 김효석 의원을 통해 김호기(연세대) 김근식(경남대) 교수 등 민주정책연구원에서 활동한 진보 성향 학자들을 소개 받고 정치, 외교안보, 사회 분야 등에 대해 공부해왔다. 안 원장의 참모 진용도 계속 보강되고 있다. 검사 출신의 강인철 변호사와 언론계 출신의 이숙현 커뮤니케이션팀 부장을 영입해 대외 홍보를 맡겼던 안 원장은 최근 IT업계 출신도 채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원장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담당할 전문 홍보 인력 영입도 추진하고 있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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